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 전 대표가 오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나 부산이 한 전 대표의 선택지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최고회의위원회 의결로 제명이 확정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영남권 무소속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떠오르고 있다.
제명 결정으로 5년 동안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없게 된 한 전 대표 앞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출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신당 창당 등의 선택지가 놓여져 있다. 다만 한 전 대표 스스로 “반드시 돌아온다”고 밝힌 민큼 신당 창당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전 대표가 지자체장에 출마할 수도 있지만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도전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크고 매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주자인 한 전 대표가 출마할 지자체장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정도인데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는 한 전 대표의 출마로 3파전(민주당 후보·국민의힘 후보·무소속 한동훈) 구도가 된다면 보수진영 후보가 승리할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
반면 영남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박해를 뚫어내고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으로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은 커질 공산이 크다.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의해 축출된 상황에서 보수의 본류인 영남 유권자들에게 직접 심판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다면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고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세력을 구축하는 움직임도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친한계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출마에 대해 공론화할 단계도 아니고 방향성 자체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친한계) 의원들 중 대구나 부산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한 전 대표가 출마를 검토할 수 있는 지역구로는 대구시장에 도전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대구 수성갑’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대구 달성군’, 그리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에 출마했을 때 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북구갑’ 등이 꼽힌다.
그러나 보수지지세가 강고한 대구의 지역구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한 전 대표가 당선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는 주호영 의원이 2024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 65.6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후보(30.33%)를 꺾고 당선된 곳이다. 하지만 제20대 총선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62.0%를 득표해 당선되기도 했고 제21대 총선에서도 김 전 총리의 득표율이 39.29%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민주당 후보가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지역구에서 한 전 대표와 민주당 후보, 국민의힘 후보가 3파전을 벌인다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위해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구 달성군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2대 총선까지 세 번 당선된 곳으로 보수지지세가 매우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추 의원과 맞붙은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총선 14.71%, 21대 총선 27.01%, 22대 총선 24.68%이었다. 수성갑 지역구보다는 떨어지지만 25% 안팎의 득표율이 이어졌다.
특히 대구 달성군에는 '복병'이 숨어 있다. 대구 달성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한 뒤 네 번이나 내리 당선된 곳으로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지역구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단식투쟁을 펼치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직접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특히 한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사한 특검팀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한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박 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다.
부산 북구·강서구갑 지역구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치적 기반을 닦은 곳으로 지난 22대 총선에서 전 전 장관이 52.31% 득표율을 기록해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46.67%)를 꺾었다. 인물과 선거 구도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이처럼 세 지역구 모두 한 전 대표에게 만만치 않은 만큼 결국 한 전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한 전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결정했을 때 장동혁 지도부는 ‘자객공천’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9일 YTN라디오 정면승부에서 “3자 대결 구도로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대구·경북이나 아니면 부산일 수밖에 없는데 부산 같은 경우도 상당히 좀 어렵고 만만한 데가 없다”며 “한 전 대표가 스스로 재보궐 선거 출마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패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