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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오를지를 두고 말이 많았던 금값이 결국 온스당 5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리스크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의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쌓여있는 금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쌓여있는 금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26일(현지시간)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5101달러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2% 이상 상승했다. 전날 종가인 4979달러에서 단숨에 뛰어올랐다. 지난해 초 온스당 2600달러대에 머물렀던 가격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84% 급등한 셈이다.

이 같은 폭발적 급등의 배경에는 그린란드 합병 압박, 베네수엘라·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위협 등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적인 대외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강경 조치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안전자산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미국 외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부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의회의 예산안 미확정으로 과거 역대 최장 기간의 셧다운을 겪었던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로 편성된 임시 예산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30일까지 2026년 정규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는 다시 셧다운에 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제 정세 불안 속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미국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연합뉴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연합뉴스

이 같은 불안 속에서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금값에 대한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2026년 4분기 금값을 온스당 5055달러로 제시했고, 2027년 말에는 54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UBP은행 역시 연말 목표가를 온스당 5200달러로 상향했다.

시장 혼란이 심화되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 확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금 보유국인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에 예치된 약 1236톤(약 1640억 유로 규모)의 금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이 독일에서 확산하고 있다. 

엠마누엘 묀히 전 분데스방크 리서치 책임자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그렇게 많은 금을 보관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위해 금 송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연방의회 일부 의원들 역시 미국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이유로 금 회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만약 독일이 실제로 금 송환에 나선다면, 이른바 글로벌 중앙은행들 사이 ‘골드 러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에도 중대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금, 트럼프의 선택은?

한국금거래소에 놓여있는 골드바. ⓒ연합뉴스
한국금거래소에 놓여있는 골드바.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에게 금 보유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미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약 8133톤으로 세계 1위지만,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달러 가치는 점차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들어 달러 인덱스는 9% 이상 하락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를 배제하려는 ‘디달러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독일이 금 송환을 요청한다고 해도 트럼프가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는 지난해 2월 대통령 전용기에서 “포트 녹스에 가서 금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금이 없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라 말한 적 있다.

포트 녹스는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육군 기지로, 재무부가 관리하는 세계 최대 금 보관소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금 보유량 8133톤 중 절반 이상인 4583톤(약 620조 원어치)을 저장하고 있으며, 1936년 건설됐다. 일각에서는 금고가 텅 비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도 한다. 

트럼프의 당시 발언은 포트 녹스에 대한 공식 감사 의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재정 부채 36조 달러를 메우기 위한 금값 재평가 논의와 맞물려 금값 랠리를 더욱 부채질했다. 금값 재평가는 미국이 보유한 약 8133톤을 현재의 높은 시장가로 재평가해 대차대조표상 자산 가치를 높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트럼프가 금 보유 확대에 집착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는 과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떨어진다면 십중팔구 달러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이에 금 확보를 통해 통화 신뢰를 보완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한층 거세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제 금값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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