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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생리대 무상공급을 검토하라 지시했다. 이에 경기도지사 시절 무상 교복 정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생리대도 교복도 이를테면 '시장의 일'인데 국가가 나선다는 것이다. '생활 속 기본권 확대'라는 이 대통령의 독특한 복지관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리대의 비싼 가격을 지적하며 무상 공급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리대의 비싼 가격을 지적하며 무상 공급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생리대 가격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생리대 관련 지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양질의 값싼 생리대 공급뿐 아니라 나아가 일부 무상 공급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여성환경연대는 2023년 5월 "국내 생리대 462종과 일본,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11개 나라 생리대 66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생리대 가격이 평균적으로 1개당 195.56원, 39.55% 비쌌다"고 밝혔다. 특히 격차가 가장 큰 팬티형 생리대의 경우 1개당 586.45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3년 10월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생리대 구매경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80.6%는 우리나라 일회용 생리대가 '비싸다'고 느꼈다. 생리대 가격 안정화를 요구한 건 그보다 많은 93.2%였다.

이런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여러 여성 단체들은 20년 넘게 생리대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02년 생리대의 가격 인하를 위해 캠페인을 실시했다. 여성단체들은 영세율(세금 완전 면제)를 요구했지만 2004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으로 면세(불완전 면세) 항목에 포함되는 데 그쳤다.

이후 2021년 7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025년 9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세율 적용 항목에 생리용품을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생리용품 기업들의 지나친 상술이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급화'를 앞세워 높은 가격을 매기고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생리대가) 고급화해서 비싸다고 주장한다"며 "고급이라는 이유로 바가지 씌우는 것 그만하시고 가격 낮은 표준 생리대도 살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8월에 발표한 '생리대 품질비교시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한 두 생리대의 가격격차는 1개당 168원에서 580원으로 최대 3.4배가량 격차가 났다. 두 제품 모두 안정성을 갖춘 제품이었으나 소비자 만족도는 오히려 168원짜리 생리대가 0.2점 높아 품질 면에서 큰 차이도 없었다. 

무엇보다 국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생리대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부터 여성 청소년에 대한 생리용품 지원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당시 지원대상은 전체 여성 청소년의 6% 수준에 그쳤다.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2023년 5월 한겨레에 질의에 '여성 청소년 생리대 바우처 지원사업' 대상자 수가 23만7818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국 9~24세 여성 390만3733명(2021년 인구총조사 기준)의 6.1%에 불과했다.

정부는 현재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신청률은 2023년 80.1%, 2024년 87.4%에 그쳤다. 심지어 그 중 실제로 이용한 비율은 2023년 85.4%, 2024년 8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생리대를 둘러싼 그간의 정부 정책의 한계를 오랫동안 눈여겨 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중이던 2016년과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던 2020년에도 생리대 지원 사업을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생리대 지원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자신의 소년공 시절부터 누나와 여동생의 고충을 함께 겪었던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 지독한 가난은 일회용 생리대마저 사치품으로 느끼게 만든다.

한편 이 대통령의 노력이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다. 안전하고 청결하게 생리할 권리를 보편적 권리로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2016년부터 공공시설에 생리대를 무료 비치해왔다. 영국은 2021년 생리용품에 대한 모든 세금을 없앴다. 2022년 8월에는 스코틀랜드가 세계 최초로 '생리용품 무상 제공법(Period Products Act)'을 시행하여 전 국민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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