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게시판 가족 명의 글 게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과나 유감 의사조차 밝히지 않으며 "나는 식구들이 그런 줄 몰랐다"고만 했다. 정치적 위기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무감사위원회의 당원게시판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응을 예고했다. ⓒ뉴스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호선씨(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는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하는 등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해 발표했다”며 “조작에 대해 이호선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두고 진실 공방을 예고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전날 ‘당원게시판 사건’을 두고 한 전 대표 가족 명의 ID(계정) 5개를 활용해 2개 IP(인터넷 주소)에서 글 1428건이 작성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당무감사위는 한 전 대표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은 이처럼 당무감사위가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다른 곳에선 자신의 가족이 이번 일에 연루돼 있음을 시인했다.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 발표 당일인 30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원)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가족이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 비난하실 문제라 생각하신다면 그건 제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은 그동안 당무 게시판 논란을 두고 사실상 침묵해 왔다. 가족이 글을 작성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개인정보 유출 등 ‘곁가지’를 물고 늘어질 뿐이었다.
결국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가 나오자 뒤늦게 이를 시인한 셈인데 곧바로 국민의힘 내부의 반한(반한동훈) 인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던 데다 당 대표 시절 “몰랐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은 오늘 사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며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고도 사과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장경태와 한동훈은 똑같다. 어쩌다 장경태스러운 인간이 우리 당 대표를 했는지”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가족 전원이 유치한 욕설과 비방에 동원 되었다는데 본인은 몰랐다는게 말이 되나”라며 “매일 집에 가지 않고 그때는 ‘딴살림’ 차렸었나”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두고 '정치 지도자'의 행보는 결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 변명 없이 곧바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정면 돌파했다. 그런데 한 전 대표는 지엽적 부분을 들어 진실공방으로 대처하고 있다. 결국 그는 당원게시판 문제를 털어내는 데 이번에도 실패한 셈이다.
또한 당원게시판 논란의 본질은 한 전 대표가 주장하는 ‘조작’ 또는 ‘익명성 보장’이 아니라 여당 대표의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게 핵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만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족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판하는 글을 민주당 게시판에 올렸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