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등 주요 가구업체들의 빌트인·시스템 가구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차례 제재로 이들 3사가 부담한 누적 과징금은 710억 원을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체의 담합행위를 두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한샘·에넥스 등 48개 가구업체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빌트인·시스템 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250억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67개 건설사가 발주한 333건의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제재로 업체별 과징금은 에넥스 58억4400만 원, 한샘 37억9700만 원, 현대리바트 37억4900만 원 등이다. 빌트인 가구업체 가운데 과징금 상위 5곳은 에넥스, 한샘, 현대리바트, 넥시스(12억8500만 원), 넵스(11억9천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가구업체 중에서는 스페이스맥스(3억9900만 원), 동성사(3억9600만 원), 영일산업(2억8500만 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신축 시 함께 설치되는 싱크대·붙박이장 등을 말하며, 시스템 가구는 드레스룸이나 팬트리처럼 기둥과 선반을 조합해 제작하는 가구를 의미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는 낙찰을 받기로 한 업체가 견적서를 작성해 공유하면 다른 업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들러리 투찰’ 방식이 활용됐다. 영업 담당자들은 유선 연락과 모임 등을 통해 약 10년 동안 견적서를 사전에 공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 가구 입찰의 경우에는 모델하우스 시공업체를 지정하거나 제비뽑기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등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포함해 2024년 9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가구업체 담합을 조사해 모두 63개 업체에 142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별 누적 과징금은 한샘이 27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에넥스 238억 원, 현대리바트 233억 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에도 장기간에 걸친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으로 대규모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31개 가구 제조·판매업체에 대해 과징금 931억2천만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반복적인 담합의 배경으로 중소형 가구업체의 특판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자, 출혈 경쟁을 피하려는 업계 전반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빌트인 가구는 현대리바트 매출의 약 36%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다만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고환율,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현대리바트와 한샘 등 주요 업체들은 빌트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B2C 고부가가치 가구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프리미엄 라인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확대하고, 맞춤형 큐레이션과 고급 소재 제품을 앞세워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