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왼),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남성 이모 씨(오). ⓒ뉴스1
사업 실패를 이유로 노부모와 배우자, 두 딸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는 24일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이모 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하되, 형량은 원심과 동일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1심 판결 선고 후 피고인의 업무상 배임죄 등 사건 판결이 확정돼 후단 경합범 관계에 해당한다”며 파기 사유를 밝혔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자신을 낳아 길러 준 부모와 평생 함께할 반려자, 어엿한 성년이 돼 꿈을 실현하던 두 딸을 살해했다”며 “차마 입에 담기조차 버거운 비통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힘들게 살게 될 생각에 범행했다는 동기는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며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이라고 해도 감히 그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남성 이모 씨. ⓒ뉴스1
재판부는 “가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공동체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지지하며 버팀목이 돼 주는 존재”라며 “피고인의 범행을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이에 답하기가 몹시 두렵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검찰이 구형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사형을 선고하는 엄격한 법리를 확립해 왔다”며 “사형 사건은 대부분 범행 수법이 잔혹한 것들로 이번 사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박탈하는 것보다 사형 외 중한 형벌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속죄하라”고 강조했다.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남성 이모 씨. ⓒ뉴스1
A씨는 지난 4월 1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부모와 50대 배우자, 20대와 10대 자녀 등 가족 5명에게 수면제를 탄 요구르트 등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차례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이튿날 새벽 사업차 머물던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이씨는 광주광역시 일대 민간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고,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계획 범행이라는 점, 5명의 일가족이라는 피해자의 숫자, 범행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인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의견에도 수긍한다”면서도 “사형에 처해야 할 만한 사정이 완벽히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