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의사진행을 잇달아 거부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국회 운영의 기본인 의사 진행 자체를 거부하는 주 부의장의 행태를 두고 ‘국회부의장’이라는 직함의 무게를 망각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블로그 갈무리
특히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서도 사회를 보지 않겠다는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필리버스터법 개정’(국회법 개정)에 명분만 실어주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23일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될 국회 본회의 사회를 요청했지만 주 부의장은 다수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주 부의장은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 의장께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올린 법안들에 대해 야당과 합의되지 않아 상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협상을 진행했더라면 오늘의 필리버스터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회 거부는 의회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 의장은 주 부의장이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주장하는 것과 국회부의장으로서 필리버스터 사회 교대를 하는 건 별개의 일이라며 주 부의장이 내세운 ‘의회주의’와 ‘사회 거부’는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509시간의 무제한 토론이 있었다”라며 “의장이 239시간, 이학영 부의장이 238시간 사회를 봤으며 주호영 부의장은 10회의 무제한토론 중 7회 사회를 거부했고 33시간의 사회만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 책임을 다하라는 국회법과 의장의 요구를 거부한 주 의장의 태도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마음에 들면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책임을 저버리는 태도는 국회 운영을 가로막는 반 의회주의일 뿐이고 국회 부의장이 취할 태도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를 두고 정치권에선 실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일명 ‘필리버스터 제대로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거기에 결정적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12시간씩 맞교대하며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주 부의장의 방관은 ‘일하기 싫은 부의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이 밤샘 토론을 벌이는 동안 국민의힘 소속 국회부의장이 의장석을 비우는 행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저항’인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5분의 1인 6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으며 필리버스터 의사 진행을 하는 사회권을 의장단 외에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 한 명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뼈대로 한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새해 첫 본회의(2026년 1월20일 예상)에 올릴 첫 번째 안건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주 부의장의 ‘사회 보이콧’은 그의 주장대로 ‘여야 협치’로 이어지기는커녕 향후 필리버스터 무력화나 국회의장 권한 강화를 담은 법안의 추진력을 더욱 촉진시킨 셈이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회 부의장은 정당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헌법과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리”라며 “주호영 부의장은 특정 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를 거부했는데 이는 민주적 다수결과 국회법을 부정한 반의회적 보이콧이며 국회를 정쟁의 인질로 삼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