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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지주들의 소비자 보호 강화를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정작 국내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진에는 금융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소비자 보호 전문성을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등 ESG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묶어 평가하고 있어 막상 소비자 보호 분야에 집중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 14층 중회의실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 14층 중회의실에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7일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국내 4대금융지주 가운데 이사회에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가가 포함돼있는 곳은 KB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진 가운데 김조설 사외이사가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김 사외이사의 재선임 이유를 두고 “다문화ㆍ공생을 중시하는 등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학계와 다양한 사회 실무 경험을 조화롭게 발휘하여 그룹의 ESG 전략 수립에 있어 효과적인 경영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라며 “앞으로도 금융소비자보호에 이바지하고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사외이사의 실제 행적을 보면 사회 복지 분야, 인권과 젠더 분야의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소비자 보호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사외이사는 나가노현 인권정책심의회 회장, 나가노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이지메 문제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논문으로는 ‘기로에 선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제와 현금급여제도’, 저서로는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살펴보는 한국 복지정책 형성의 역사’ 등이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금융지주의 상반기 보고서의 이사회 항목을 살펴보면 사외이사들의 선임 이유,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소비자’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검찰청 양성평등정책위원을 지낸 원숙연 사외이사를 ESG전문가로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하나금융지주가 4대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이사회 내 상설위원회(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하나금융지주는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소비자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 능동적으로 그룹의 소비자리스크관리 정책과 체계를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보고서에서는 사외이사진 가운데 소비자보호 뿐 아니라 젠더, 인권, 복지 분야의 전문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김춘수 사외이사를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초대 실장을 역임하는 등 내부통제 및 윤리경영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이사회에 소비자 관련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가 부재한 것은 맞지만 다른 여러 가지 실질적 장치들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소비자 담당하는 임원을 전부 배치하고 그분들의 임기를 최소 2년 보장하고 있다”라며 “소비자 접점이 약한 지주에도 소비자보호실을 설치해 그룹 전체의 소비자 보호 업무를 컨트롤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금융지주 가운데 소비자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 뿐이다.

KB금융지주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소비자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국무총리실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낸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이찬진 원장이 최근 국내 금융지주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외이사진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사외이사진 교체 시기인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KB금융지주 7명 중 5명, 신한금융지주 9명 중 7명, 하나금융지주 9명 중 8명, 우리금융지주 7명 중 3명이다.

이찬진 원장은 10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국내 8개 금융지주 CEO들과 은행연합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달 중으로 가동되는 지배구조 개선 TF를 통해 이사회에 IT 보안·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대표성을 갖춘 사외이사 1명 이상을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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