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환빠(환단고기의 내용을 믿거나 지지하는 사람들) 발언'의 퇴로 논리를 제공했다. 대통령이 환단고기의 내용을 지지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우회적 엄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고미술사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유 관장은 현지시각으로 16일 미국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강연 도중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환단고기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이른바 '환빠' 이야기를 했던 것은 환빠를 지지해서가 아니고 그 골치 아픈 환빠를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물어본 것이다"고 말했다.
환단고기는 단군 이전에 고대 한민족이 사실상 유라시아 전역을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1911년 계연수씨가 저술하고 그의 제자 이유립씨가 수정해 1979년 출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위서(가짜)로 평가받는다.
유 관장은 환단고기를 두고 "옛날 고조선이 세계를 지배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우리가 따라가야 되겠는가?"라며 "'환빠'는 역사로 증명하는 시기에 자신들의 민족적 열등의식을 그냥 상상력으로 해서 자기만족화 했던 사관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관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를 두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건지 그 방안을 물어본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관련해서, 무슨 '환빠' 논쟁있죠?"라고 물었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이 대통령은 "단군, 환단고기, 그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고대 역사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거 잖아요"라며 "동북아 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합니까"라고 물어 논란이 됐다.
야권을 비롯해서 정치권과 학계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은 그 내용과 주장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유홍준 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 의도를 '일타강사'급으로 깔끔히 정리해주면서 논란의 증폭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관장은 1949년 1월18일 태어나 서울대학교 문학부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제3대 문화재청장을 맡았고,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 기획위원회, 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2021년에는 제19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으로 선임됐으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제17대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 대중들에게는 1993년 펴낸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