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낙하산’이 아니라, 말단 시절부터 우리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현재 임원들 중에 후계 CEO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2012년 국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2015년 신 회장의 장남이 교보생명의 관계사인 KCA 손해사정에 입사해 2024년 말 교보생명의 임원이 됐다는 것을 살피면 조금 다르게 읽힌다.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역시 ‘우리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 가운데 한 명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가 교보생명그룹의 AI, 디지털 대전환의 선봉에 서게 됐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가 교보생명그룹의 AI, 디지털 대전환의 선봉에 서게 됐다. 신 상무는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임원 승진 1년 만에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재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교보생명은 15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AX지원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신 상무에게 이 조직의 총괄을 맡겼다. AX지원담당 산하에는 △AX전략담당 △현업 AI지원담당 △AI테크담당 △AI인프라담당 등 임원급 조직 4개를 신설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신 상무는 그룹경영전략담당 업무와 동시에 AX 전략 총괄 업무까지 맡게 됐다. 장기적으로 그룹의 나아갈 방향을 디지털 측면에서 고민하게 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그룹의 후계자들이 신사업, 혹은 디지털 전환 관련 업무를 맡는 일이 많다는 것을 살피면 이번 인사가 사실상 신 상무에게 후계자로서 경험을 쌓아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뒤 2019년 최고디지털책임자(CDO·부사장)에 올라 한화 금융계열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했다.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로 전환되기 전까지 한화생명의 디지털 채널·영업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역시 현대해상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2023년 12월 정경선 CSO를 영입하면서 “정 CSO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인공지능(AI)으로의 전환, ESG 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여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