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보안요원 10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노조조끼 착용 소비자를 '에티켓 위반'으로 쫒아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엑스(구 트워터)에서 화제가 되고있다. ⓒ엑스 갈무리
“공공장소에서는 에티켓을 지켜주셔야 돼요.”
롯데백화점에서 노조 조끼를 입고 쇼핑하던 고객이 백화점 직원에게 들은 말이다. 단순한 실수로 보기엔 발언이 담고 있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백화점은 노조 조끼를 ‘에티켓 위반’으로 규정했다. 그 순간 개인의 복장을 넘어 노동자들의 평범한 일상 자체가 매장 질서를 해치는 요소로 분류됐다. 이 '사건'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한국의 기업들이 ‘노조’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롯데백화점은 서둘러 사과했다.
사과와 무관하게, 롯데백화점이 생각하는 기이한 '에티켓'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 기업이 노조를 바라보는 방식, '관리 대상'이자 '리스크'
전근대적인 발상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노조를 관리 대상이자 리스크로만 인식한다. 백화점처럼 ‘고급하고 우아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이미지로 판매하는 업종에서 노조의 존재는 더욱 불편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과 잔잔한 배경음악, 정제된 응대…. 롯데백화점은 자신들이 세팅해 놓은 '꿈의 공간'에 출현한 ‘노조 조끼’를 기업 이미지와 충돌하는 ‘잡음(노이즈)’ 취급했다.
‘에티켓’을 언급한 것은 한 직원이지만, 직원의 인식은 철저하게 백화점 내부에 축적된 기업 차원의 '무의식'에 바탕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시선이 롯데백화점만의 것이 아니란 사실도 많은 이들이 안다. 한국은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강력한 관리·통제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노조를 ‘반기업·갈등·파업·불편’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바라봐 왔다.
하지만 이 시대의 기본적 제도의 영역에 속하는 '노조'가 왜, 누구나 찾고 즐기는 대중 소비 공간에서 '표적'이 돼야 했을까.
◆ 노조 조끼가 아니라 노동자의 일상이 위협 받았다
노조는 노동자의 교섭력을 확보하고 불공정·위험·과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며 직장 내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개별 노동자가 회사와 대등하게 협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로시간, 안전 문제, 인력 부족, 일방적 해고, 성과 압박 등 노동자가 홀로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는 집단의 이름으로만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노조의 표현 방식인 단체 조끼와 피켓, 집회는 그래서 노동자에게 남은 몇 안 되는 ‘무기’이며 ‘안간힘’이다.
이번 롯데백화점 사태는 그런 안간힘에 대한 언어적 폭력이다. 백화점 측이 '에티켓'이란 단어로 '노조 조끼'를 백화점 바깥으로 내몬 순간, 노동자들의 일상 일체가 소외됐다.
많은 이들이 롯데백화점에 분노하고, 롯데백화점을 질타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저 쇼핑을 위해 쇼핑의 공간을 찾은 한 남성, 한 가장, 한 노동자를 백안시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 속에서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 아니 소비자는 놀란 표정으로 백화점 직원을 쳐다보는 중이다.
그 조용한 눈빛에는 이 시대를 사는 노동자들의 억눌렸던 회한 같은 게 담겨 있다. 그 역사적 회한 앞에서 롯데백화점의 화려한 인테리어는 사실, 싸구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