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OTT 최초 광고요금제 도입,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 계약, 웨이브와 합병 추진.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2023년 취임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여정이다.
최주희 대표가 단지 국내 여러 OTT 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머무는 데 만족했다면 이렇게까지 몸부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결국 티빙이 경쟁하려는 상대는 넷플릭스라는 거인이다. 티빙의 이 모든 움직임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 기업과 싸울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 넷플릭스와의 싸움을 위한 첫 번째 관문, 구독자수 1500만 명 확보하기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지금 타이밍을 실기하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올해 2월 컨퍼런스콜에서 최주희 대표가 웨이브와의 합병 추진 배경에 대해 직접 밝힌 내용이다. 티빙의 여러 움직임 가운데 웨이브와의 합병 추진은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직접적으로 염두에 둔 선택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티빙은 합병을 통해 2027년까지 구독자 수 1500만 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1500만 명 수준인 넷플릭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를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티빙 MAU가 700만 명 수준이므로 합병으로 2배 이상 MAU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합병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따라잡겠다는 목표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2023년 12월 CJ ENM(티빙)과 SK스퀘어(웨이브) MOU 체결 이후 2년이 흐르는 동안 합병 협상이 아직까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늦어지는 이유로 주주 간 협의가 꼽힌다. 주요 주주인 KT가 합병 관련한 입장 발표를 미루면서 협의가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는 현재 새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어 내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나 주요 안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이유는 넷플릭스와 체급을 맞출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국내에서 넷플릭스를 이기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 두 번째 관문, 자체 콘텐츠 경쟁력 확보하기
최주희 대표가 넷플릭스라는 거인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구독자수 경쟁뿐만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근본적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 확보가 더 시급한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작정 콘텐츠의 양을 늘린다고 해서 이용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가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본다.
실제로 넷플릭스 성장의 초석을 다진 것은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다. 2013년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용자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다.
티빙 역시 초기에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도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등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투자액 규모가 절대적으로 차이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아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연간 콘텐츠 투자액으로 162억 달러(약 22조 원)을 집행했다. 올해 예상되는 콘텐츠 투자액만 180억 달러(약 25조 원)이다.
한국 콘텐츠 투자액으로 한정해도 2016년 150억 원 수준에서 2020년 3300억 원, 2022년 8천억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예산은 2021년 1200억 원에서 2022년 2천억 원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1500억 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오리지널 콘텐츠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22편, 2022년 24편이었던 것이 2023년 19편, 2024년 14편, 2025년 14편으로 좀처럼 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OTT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티빙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 콘텐츠 확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넷플릭스의 독보적인 콘텐츠 투자 예산이 양질의 콘텐츠 공급자를 유인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K콘텐츠 열풍이 뜨거운 상황에서 티빙이 갖고 있는 한국적 콘텐츠 경쟁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티빙이 넷플릭스와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콘텐츠 종류와 성격이다. 티빙은 국내 지상파 콘텐츠, 국내 프로야구 방영 등에 기대어 국내 구독자 수를 확보해왔다.
콘텐츠 구성이 기존 국내 TV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기 힘든 구조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특화된 지역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티빙이 독점 공급한 ‘선재 업고 튀어’가 선풍적 인기를 끈 것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 작품으로 티빙은 국내 OTT 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넷플릭스 사용 시간을 넘어섰다.
K콘텐츠 원산지에서 넷플릭스와 펼치는 경쟁이 티빙을 글로벌 OTT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