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부녀(왼), 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오). ⓒ뉴스1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5년간 옥살이를 했던 피고인 부녀가 재심에서 마침내 누명을 벗었다.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이의영 재판장)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75) 씨와 그의 딸 B(41)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의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부녀는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마시게 해 주민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은 A씨의 아내이자 B씨의 어머니였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는 진술 신빙성 문제로 이들 부녀에게 무죄를 판결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어 이들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부녀. ⓒ뉴스1
이후 이들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지난해 1월 광주고법으로부터 재심 결정을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증거였던 부녀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2학년 학력이 전부인 A씨와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인인 B씨가 각각 장시간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진술거부권, 변호인 또는 신뢰관계인 동석권, 조서 열람 및 변경 청구권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은 검찰 수사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역시 “수사관의 막연한 추측과 검사의 요청에 따라 관련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심 개시 증인 신문에서도 부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할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부녀. ⓒ뉴스1
뒤늦게 누명을 벗은 A씨는 “제가 뭐 할 말이 있겠냐. 아내도 잃고, 너무나 기가 막히고 할 말이 없다. 기가 막혀서 말도 못 한다”라고 거듭 억울함을 토로했다. B씨 역시 “검사나 수사관한테 이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당시 윽박지르며 수사를 했다”면서도 “억울하신 분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경계선 지능인과 문맹이라는 피고인들의 취약성이 강압적 수사 절차에 노출될 때 어떤 반응과 왜곡이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검찰은 상고 기간인 일주일 내에 피고인들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하길 기대한다. 피고인들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선 형사보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다만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