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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브랜드 패션쇼 못지않은 열기였다.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시상식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뉴스1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시상식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뉴스1 /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2025년 9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는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약 6천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모인 가운데, 시상식은 인플루언서 ‘수마일’을 비롯한 댄서 5명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화제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소다 팝’ 무대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행사의 백미는 패션쇼.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83팀이 참여한 이번 분장대회에서는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10팀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1등 대상 ‘반가사유상’은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보물 제2001호)를 온몸으로 표현해 낸 ‘귀에 걸면 귀걸이’ 팀에게 돌아갔다. 10일에 걸쳐 분장을 만들었다는 이들은 게걸음으로 레드카펫을 걸어 나왔다.

 

“뭐야 왜 잘해?” 6천 명이 모인 국중박 분장대회 현장: 지금 내가 2025년에 있는 게 맞나 싶어 눈부터 비비게 된다‘귀에 걸면 귀걸이’ 팀은 오는 1일 전파를 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택배 포장에 쓰이는 에어캡과 철사, 금색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분장을 완성한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올려두기도 했다.

팀의 대표인 강한민 씨는 “얼떨떨하다”라면서도 “어떤 재미보다는 만들 때 역사적인 부분을 최대한 고증하려고 굉장히 진지하게 만들었다. 아빠와 삼촌이 과몰입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귀걸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명한 국보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봤지만 잘 모르는 보물을 소재로 하고 싶었다”라며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 역사책에서 귀걸이 사진을 보고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2025 국중박 분장대회’에 참가한 재능 넘치는 참가자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2025 국중박 분장대회’에 참가한 재능 넘치는 참가자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2등 ‘분장놀이상’은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으로 분장한 ‘재롱이와 솔솔이 연합’에게 돌아갔다. 가장 많은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어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택했다는 30대 김재인 씨는 “떨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저는 이제 김재인 본인이 아니라 문화재이기 때문에 ‘문화재다, 나는 불상이다’ 이런 마음으로 왔더니 하나도 안 떨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수인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동시대 불상 사진을 찾아보고 연습했다”라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4명으로 구성된 ‘소분모임’ 팀의 ‘석가모니불 다보불’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한 팀원은 “직장 생활에 지쳐 재밌는 걸 찾다가 알게 됐다”라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제작을 위해 퇴근 후 매일 2시간씩 모이고 주말까지 반납했다는 이들은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준비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참가한 모든 팀이 각자 개성 넘치는 분장을 선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참가한 모든 팀이 각자 개성 넘치는 분장을 선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블로그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에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의상으로 구현한 ‘한복미인즈’ 팀은 고운 빛깔의 한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평소 고려청자에 관심이 많았다는 장민 씨는 청록색 아이섀도와 의상을 사용해 스스로 고려청자가 됐다. 경남 창원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결성한 ‘금이야 옥이야’ 팀은 신라 서봉총 금관으로 분장해 “요즘 아이들 자존감이 낮아 자신감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가장 화려한 유물 중 하나인 금관을 선택했다”라고 사연을 공개했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인간 호작도’ 팀,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뉴스1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인간 호작도’ 팀,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뉴스1

이번 대회 유일한 외국인 참가팀 ‘인간 호작도’ 팀은 ‘감사하상’에 선정돼 인기 뮷즈인 ‘곤룡포 비치타월’을 받았다. 이 팀은 세 명 모두 일본인으로, 두 사람은 까치를, 나머지 한 사람은 호랑이를 맡았다. ‘케데헌’을 보고 더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팀 리더 사이토 이쿠미 씨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워낙 좋아해 거의 매주 찾고 있는데 분장대회 소식을 듣고 ‘꼭 참여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라며 “한국 문화가 정말 아름다워 일본과 전 세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이날 갓을 쓰고 도포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젊은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는 점에서 세계 박물관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라며 운을 뗀 유홍준 관장은 “우리 국민들의 높은 문화 의식과 교육열이 만들어낸 성취”라고 강조했다. 유홍준 관장은 이어 “이번 분장대회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이 얼마나 즐겁고,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내년 제2회, 후년 제3회로 이어가면서 이 대회를 축제의 장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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