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을 결심한 대변인. 마지막 순간까지 작은 목소리를 대신 내줬다.
2025년 9월 4일 오전 9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당을 선언한 인물은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비위 의혹 제보자이자 ‘이정섭 검사 처남댁’으로도 알려져 있다.
광장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던 민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이렇게 입을 연 강미정 대변인은 “오늘은 검찰개혁 공청회가 열리는 날이다. 그러나 저는 그 자리에 서는 대신에 참담한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이곳 기자회견장에 섰다”라고 말했다. “정말 송구하다”라며 허리를 숙여 인사한 강미정 대변인은 조국혁신당 내 성비위 건 관련 고발을 이어갔다.
강미정 대변인은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달 당을 떠났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9월 1일 제명되었다. 함께했던 운영위원 세 명도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에 사직서를 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성비위 문제를 최초 접수 받고 당에 보고한 여성위원회 실무 담당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누구보다 검찰개혁을 절실하게 바랐다는 강미정 대변인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며 저 하나 정의롭게 쓰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마음으로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라고 고백했다. 강미정 대변인은 “지난 1년 6개월은, 여의도에서 보낸 이 시간은 제 인생 가장 뜨겁고 치열한 시간이었다”라며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검찰 독재의 조기 종식을 위해 온 마음과 영혼을 불태웠다. 제가 곧 조국혁신당인 것처럼 그 안에서 살고, 울고, 그리고 달렸다”라고 지난날들을 되짚었다.
강미정 대변인은 “저는 아직도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라며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 정권 교체, 윤석열 탄핵과 구속, 내란 종식이라는 경랑 속에서도 그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강미정 대변인이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건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척하는 시선들이었다.
강미정 대변인은 “처음엔 저 혼자 감내하면 될 일이라고 어겼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가해자들이 부끄러움을 알 거라고 믿었다. 함께 엄혹한 시기를 견딘 동지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린 사회 초년생 피해자들의 도와달라는, 손을 잡아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는 강 대변인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앞에서 그들의 삶이 쓰러져가고 있었다. 저는 그들의 손을 잡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본인이 져야 할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강미정 대변인은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 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왜 네 눈치를 봐야 하냐’ 등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미정 대변인은 “여의도에 막 발을 들인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한 말들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또 “당무위원들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라고 조롱했다”라고도 했다.
문제 제기는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됐고,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당은 그 어떠한 피해자 지원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같이 알린 강미정 대변인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에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라며 “이것이 제가 더는 기다릴 수 없음을,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강미정 대변인은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이는 재심 청구 3주 만에 기각, 제명이 확정됐다. 반면 재심을 청구한 가해자는 60일을 꽉 채운 끝에 결국 제명이 확정됐다”라며 결과가 불공정했다고 꼬집었다.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한가”라는 물음을 던진 강미정 대변인은 “우리는 8.15 사면을 기다렸고,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다”라며 당의 핵심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특별사면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깨닫습니다.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오늘 조국혁신당을 떠납니다.
탈당을 선언한 강미정 대변인은 “광야에서 춥고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지라도 멈추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광야는 언젠가 광장이 될 것이고 그곳에서 각자의 짐을 짊어진 동지들과 다시 만나 연대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확신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국회 소통관에서, 이렇게 목소리 낼 수 있는 이 자리에 선 저도 기득권”이라고 발언한 강미정 대변인은 “억울하다는 말조차 못 하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눈물 삼키며 먼저 당을 떠나야 했던 이들은 가지지 못한 이 기회를 저는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강미정 대변인은 “그래서 오늘 대변인으로서 소통관에 서는 특권을 통해 그들의 몫까지 말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강미정 대변인은 돕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던 이들, 불의와 손잡지 않겠다며 작은 투쟁의 의미로 당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떠난 이들, 끝내 응어리진 가슴으로 사라져야 했던 가장 뜨거웠던 파란 불꽃들을 연달아 거론했다. 이들의 분노와 눈물, 헌신과 상처를 잊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강 대변인은 “멋지게 해결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공감과 연대의 대가로 상처받고 모욕 당한 많은 당원들에게도 위로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미정 대변인은 “대변인으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또 지역위원장으로 당원 동지들과 함께 흘린 눈물과 기다림을 꽃으로 피워내지 못해 참으로 아프다”라면서도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후회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입당 당시,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잘 듣고 가장 크게 증폭시키겠다고 다짐했다는 강 대변인은 “조국혁신당은 떠나지만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길은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불의에는 침묵하지 않고 끝까지 작은 목소리를 증폭시키겠다”라고 전했다.
발언 이후 한 취재진은 강미정 대변인을 향해 “사면 뒤 조국 원장에게도 내부 상황이 보고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나. 그게 탈당의 계기가 된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강미정 대변인은 “조국 전 대표께서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께서 편지로 소식을 전하고 나온 후에도 밖에서 피켓으로 그리고 문서로 해당 사실에 대해 자세하게 전한 것으로 들어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8월 15일 전후 당의 입장도 변화가 없었고, 조국 전 대표에게도 여타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라며 “말씀하시지 않는 이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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