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답안지에 실린 필적 확인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 중 한 구절이다. 수험생들은 이 문구를 매 과목 답안지에 컴퓨터 사인펜을 사용해 정자로 따라 적어 넣어야 한다.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
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너의 이름 아래엔/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
웃어서 저절로 얻어진/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
빗물 촉촉이 내려/토사 속에서/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
예쁜 나이, 예쁜 딸아/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
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함박꽃 같은 내 딸아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영역 문제지에 적힌 필적 확인 문구. ⓒ한겨레
필적 확인 문구는 2004년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자 대리시험을 막기 위해 이듬해부터 도입됐다. 통상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가운데 적절한 문구를 수능 출제위원들이 골라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인 만큼, 문장 길이는 12~19자사이여야 하고 ‘ㄻ’ ‘ㄾ’ ‘ㅀ’ 등 겹받침과 ‘ㄹ’ ‘ㅁ’ ‘ㅂ’ 등 세 자음 가운데 2개 이상이 반드시 문구에 포함돼야 한다.
수험생에 미치는 정서적 영향도 고려된다. 수험생이 답안지를 받은 뒤 가장 먼저 기재하는 것이 필적 확인 문구인 만큼, 수험생을 응원하거나 희망을 볻돋는 내용이 채택되는 경향이 짙다. 지금까지 필적 확인 문구로 가장 많이 인용된 작가는 시인 정지용으로, 그의 작품 ‘향수’에서 3차례나 필적 확인 문구가 인용됐다.
역대 필적 확인 문구는 아래와 같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2024학년도 수능, 양광모 ‘가장 넓은 길’)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2023학년도 수능, 한용운 ‘나의 꿈’)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2022학년도 수능, 이해인 ‘작은 노래2’)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2021학년도 수능, 나태주 ‘들 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