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를 좋아해야 해. 아빠도 아빠를 좋아해야 해. 자신을 제일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해."
'부부싸움'하는 엄마와 아빠에게 5살 딸이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화산 부부'가 등장했다.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안고 남편에게 폭언하는 아내와 숨 막히는 압박감 속에서 자해하는 남편의 출연이었다. 육아와 가사를 하는 아내는 눈치 없고 무관심한 남편의 모습에 분노했고, 남편은 아내의 통제와 끝나지 않는 호통에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부부는 아이가 있는 공간에서 다퉜고, 아이를 위해 놀러 간 캠핑장에서도 말다툼했다. 계속되는 부부의 갈등에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봤다. 아이들은 부모의 싸움에 매 순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장면 ⓒ MBC
이들 부부 관계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부부에게 가장 소중한 세 아이를 위해서였다. 방송 이후 사람들에게 비판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 부부는 고심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당했던 아내는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꺼냈다. 아내는 부모님의 싸움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아무리 기다려도 부모의 싸움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싸움 원인을 자신으로 생각했던 아내. 자신의 세 아이의 기억 속에 똑같은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장면 ⓒ MBC
아내는 "이렇게 싸우다가 이혼하면 (아이들에게) 잘못 보여주는 것"이라며 "화해하는 거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보여주겠다, 지금까지 5년을 싸웠다면 10년 안 싸우는 걸 보여주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신청했다"고 털어놨다.
첫째 딸은 심리 검사에서 부모의 표정과 기분 상태에 따라 자신도 슬플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부모가 싸울 때 동생들을 챙기고 부모 갈등이 동생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눈치껏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장면 ⓒ MBC
아이들은 부부싸움 중에 아빠가 자해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보물 상자에 있는데? 내 생각 안에 보물상자가 있어"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빠가 문짝 부순 게 보물이 아닌데 거기에 왜 들어가 있냐"고 물었다.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는 캠핑장에서도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장면 ⓒ MBC
엄마, 아빠가 다툰 날, 딸은 잠이 들기 전 지친 엄마에게 "그거 알아? 내가 나도 좋아한다?"라고 말을 건넸다. 엄마는 "그럼~ 내가 나를 좋아해야지"라며 "진짜 그게 엄청 중요한 거야"라고 답했다.
이어 딸은 본질을 꿰뚫어 보듯,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엄마는 "엄마가 더 열심히 살게. 알겠지? 엄청 더 강하고 씩씩하게 살게"라고 약속했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장면 ⓒ MBC
속 깊은 딸의 말에 부부와 패널들은 눈물을 흘렸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응수는 "첫째가 한 말이 너무 울컥한다"며 "아이들이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항상 싸우고 했을 때 첫째 딸이 듣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제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모를 이해하려는 딸에 모습에 김응수는 "앞으로 두 분의 희망 같다"고 말했다.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떤 방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 그는 오랜 세월 불안과 공포를 경험한 아내에게는 통제의 범위를 확장하고, 가사 일을 남편에게 떼어주라고 조언했다. 오 박사는 본인이 경험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 취약한 남편에게 자발성, 자율성, 주도성을 키워야 한다며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6시간 상담 이후, 아내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돌아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부부의 관계는 달라졌다. 부부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며 행복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