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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이성촌 소방관 어깨 위에 문신 ⓒ SBS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이성촌 소방관 어깨 위에 문신 ⓒ SBS

"First in, Last out" 가장 먼저 들어가서 나중에 나온다. 화재 현장에서 생긴 화상 흉터 위에 새긴 이성촌 소방관의 어깨 문신의 글귀다. 소방관의 사명감이었다.

2001년 3월 4일 비번이었던 서부소방서 이성촌 대원은 비상연락을 받았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동료가 매몰돼 있다는 연락이었다.

홍제동 주택 화재 현장. 아들이 안에 있어 빨리 구해달라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간절한 외침에 곧바로 소방대원들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방대원들이 뜨거운 열기와 유독가스 속에서 불길을 잡으면서 집안을 수색했지만, 집주인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소방대원들까지 위험할 수 있어 대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구조해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대원들은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지하로 내려가는 중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총 7명의 대원들이 매몰됐다.

9일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지난 10일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홍제동 화재 사고의 이야기를 다뤘다.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 SBS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 SBS

이날 방송에서 이성촌 소방관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근무를 하면서 출동을 상당히 많이 다녔는데, 내 동료가 그 안에서 지금 매몰돼 있어서 구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는,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며 "그때부터 계속 떨림이 오고, 제발 아무 일 없길 바라면서 현장에 갔다"고 말했다. 

출동한 현장,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으로 꽉 막혀 있는 상황. 20kg이 넘는 구조장비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가야만 했다. 이날 홍제동 사고 현장에는 250명이 넘는 소방관이 출동했다. 설상가상 눈까지 내리는 상황. 출동한 소방관들의 사투 끝에 매몰된 동료 7명을 구조했지만, 연이어 동료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당시 화재가 난 주택이 매몰된 현장의 모습. ⓒ SBS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당시 화재가 난 주택이 매몰된 현장의 모습. ⓒ SBS

이성촌 소방관은 "사망했다고 계속 막 이렇게 들려오는데, 가서 부둥켜안고라도 울고 싶고, 그 모습이라도 보고 싶고 그런데. 우리는 그 이전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될 그런 소방관이고, 그래도 그 현장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짓고 나서 가야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의 원인은 집 주인 아들의 방화때문이었다. 건물에서 대피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불을 지르고 현장을 떠난 상태였던 것이다. 이성촌 소방관은 자연발화나 부주의도 아닌 집주인 아들이 방화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고 '이러려고 소방관이 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이성촌 소방관이 울며 고인이 된 동료들의 영정을 보며 말하는 모습.ⓒ SBS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장면. 이성촌 소방관이 울며 고인이 된 동료들의 영정을 보며 말하는 모습.ⓒ SBS

그날의 화재로 박준우, 김철홍, 장석찬, 박동규, 박상옥, 김기석 소방관 총 6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이성촌 소방관을 영결식에 참석해 동료들의 영정 사진을 보며 "이제 거기서는 소방관 하지 말고, 편하고 안전한 직업 해. 거기서는 하지 마"라고 말했다.

매몰 3시 23분 후 두번째로 구조됐던 이승기 소방관은 뇌가 손상되고 하반신이 마비돼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다. 구조된 후 그 사고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승기 소방관은 만약 당시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인터뷰하는 이성촌 소방관의 모습.ⓒ SBS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인터뷰하는 이성촌 소방관의 모습.ⓒ SBS

'46'과 '47'은 소방관이 현장에서 무전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는 신호다. '46'은 알아들었냐라고 묻는 것이고, '47'은 알았다라는 의미다. 

이성촌 소방관은 "우리는 지금도 매일 '46', '47'을 외치고 있는데, 그 여섯 분 중에 한분이라도 '47'이라고 하는 대답을 한 번 듣고 싶다"고 말했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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