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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스윙·12.12 샥스핀 만찬' 임한솔의 전두환 추적기
ⓒ한겨레/임한솔 제공

“전두환씨에게 명함 줬는데, 연락 왔어요?”라고 물었더니 “진짜 연락을 꼭 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씨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임한솔(38) 정의당 부대표를 지난 18일 서울시 서대문구의회에서 만났다. 그가 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임 부대표는 지난달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12·12 쿠데타 40년 당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호화 오찬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잇따라 공개했다.

그가 전씨와 마주한 두 번의 시간은 짧았지만, 마주하기까지는 길었고, 마주한 뒤 파장은 컸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씨를 강제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임 부대표가 ‘전두환 추적자’가 된 이유는 뭘까? 아울러 서른여덟 나이에 15년의 정당 정치 경력을 가진 ‘청년 정치인’이 바라는 정치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골프장 스윙·12.12 샥스핀 만찬' 임한솔의 전두환 추적기
ⓒ한겨레

―10개월 넘게 추적했다고 들었어요. 지난 11월7일 전씨가 오전 9시23분께 집을 나와 오전 11시45분께 강원 홍천 ㄱ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알고 잠복을 했나요. ‘영업 비밀’이 궁금해요(웃음).

“ㄱ골프장에서 주기적으로 골프를 친다는 정보가 있었어요. 매월 특정일 당일과 전후로 몇차례 잠복을 해봤는데, 잘 포착되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벌써 떠났나 싶기도 하고, 새벽부터 지키고 있는데 오후에 가나 싶은 날도 있고…. 전씨 동선의 패턴을 어느 정도 그려갈 무렵에 광주 재판이 시작됐는데, 그 전후로 동선과 날짜를 바꾸었는지 오리무중이 됐어요. 자중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겪어보니 ‘너희가 뭐라고 떠들든 내는 내다’, 이런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날은 정확하게 포착을 했어요.

“전씨가 바깥출입을 할 때 이런저런 제보가 들어와요. 전씨 차량이 대형 에쿠스 리무진이고 경호차가 따라붙으니 아무래도 눈에 띄거든요. 전날부터 뭐랄까, 이날이다 싶어 새벽부터 대기했죠.”

―영상 촬영자가 따로 있고, 준비도 치밀하게 한 것 같아요.

“골프를 쳐본 적도 없는데, 사전답사를 몇번 갔어요. 퍼블릭 골프장인데, 그 드넓은 곳에 코스도 여러 개여서 어느 코스를 돌지 알 수가 없었어요. 골프장 특성을 파악하고 골프 전문가한테 조언도 구해 전씨가 칠 코스를 예측했죠. 그날 산도 하나 넘었어요(웃음).”

골프 장면 포착은 사실 전씨의 체납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임 부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의원에 당선된 뒤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 전씨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1000억원 넘는 추징금 미납 말고도, 지방세 체납액(9억7800만원)이 수년째 서대문구 1위였다. “구청이 취한 행정조처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보통사람은 1억원만 체납해도 가택수색을 해서 압류하는데 말이죠. 구에 문의했더니 ‘하긴 해야 하는데요…’라는 식이었어요.”

그는 서대문구와 서울시에 여러차례 공문을 보내 압박을 가했다. 그해 11월26일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기동팀이 ‘체납 해소를 독려하러’ 전씨 집을 방문했지만, ‘알츠하이머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 말에 철수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구의회 등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고, ‘빈손 철수’가 12월6일 밤부터 보도됐다. 그리고 제보가 들어왔다. “12월6일에 전두환이 골프 치는 걸 봤다”는 거였다. 전씨가 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인 그해 여름과 12월6일 골프를 치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한겨레> 보도(1월17일치)와도 일치한다. 임 부대표는 “반드시 현장을 포착해 공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골프장에서 전씨 일행한테 맞기도 했다면서요.

“너무 일찍 따라붙으면 눈치를 챌까 봐 1번홀 다 치고 2번홀에서 드라이버샷 하는 걸 보고 다가갔죠. 카메라를 여러 대 들고 갔어요. 하나 뺏기면 다른 거로 찍으려고요. 그런데 가장 비싼 걸 빼앗아 집어 던지더라고요. 저희 일행이 다 맞았는데, 다행히 골프채 헤드가 아니라 손잡이로 때렸어요(웃음).”

―이순자씨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고요.

“골프장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손님으로 모신 분이야’라고 하기에 ‘그러면 이용요금은 받으셨냐’고 물었거든요. 그걸 들은 이씨가 갑자기 고성을 지르고 욕을 했어요. 입이 걸더라고요. ‘○○○야, 꺼져’ 등등…. 이씨가 제일 민감해하는 게 돈인 것 같아요. 서울시 가택수색(지난해 12월20일) 때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 전씨는 방문을 탁 닫고 들어가고, 이씨는 세금 낼 돈 없다면서 길길이 소리를 질렀대요. 골프장에서도 돈 얘기 나오니까 욕을 하고, 참 저열하다고 느꼈어요.”

―이씨한테는 ‘알토란 같은 돈’이잖아요.

“이씨는 가택수색을 당한 게 분했는지 그 직후 1월1일에 유튜브 매체에 직접 출연했는데, 거기서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을 해요. 제가 일정 부분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해요.”

망언은 골프장 영상에도 나온다. 임 부대표가 광주학살 책임을 묻자 전씨는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학살에 대해 책임 없어” “나는 광주시민 학살하고 관계없어”라고 거듭 말한다. 임 부대표는 전씨가 ‘발포 명령’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느꼈다. “저한테 ‘뭐야, 인마’ 그러다가 발포 명령 했냐고 물으니까 ‘발포 명령 위치에 있지도 않은데, 명령권이 없는데’라면서 길게 항변을 하잖아요. 그러다 ‘너 군대 갔나 왔냐’ 묻고요. 4·19 때 발포 명령을 한 최인규 내무장관이 사형을 당했는데, 그래서 두려움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전씨는 발포 명령, 이씨는 돈에 민감하다는 말이네요. 전씨한테 명함도 주셨는데, 잘 갖고 있을까요?(웃음)

“연락을 꼭 줬으면 좋겠어요.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고 싶어요. 왜 그러시냐, 노태우씨를 봐라, 어찌 됐든 광주에 사죄하고, 추징금도 다 내고 조용히 지내는데, 당신도 그럴 기회가 있다, 이렇게 권유하게요. 단 한마디라도 5·18에 대한 사죄를 끌어내면 더없이 좋을 텐데 그걸 기대하기는…. 끝까지 발뺌할 스타일이에요. 노태우씨 아들이 올해 광주에 두 번 갔고, 부인 김옥숙씨도 1988년에 망월동 묘역을 참배했는데, 진심 여부를 떠나 전씨와는 상반된 모습이죠.”

―식당 오찬은 12·12 쿠데타 날짜에 착안해 포착한 건가요?

“네. 설마 이날은 집에 있겠지 싶으면서도 혹시나 싶어 대기했는데, 가까운 데도 아니고 강남으로 넘어가더라고요.”

이날 역시 전씨 집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중식당까지 따라붙었다. 골프장처럼 트인 공간이 아니어서 영상을 찍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이 ‘영업 비밀’은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 가장 싼 8만원짜리 단품 요리를 주문해 먹으며 2시간 넘게 전씨 일행을 기다렸다.

―전씨가 2층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왔는데, 여성 일행이 임 부대표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죠. 그때 심경이 어땠나요?

“골프장에서는 맞으면서도 웬만큼 할 얘기를 다 했는데,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첫 문장도 제대로 못 끝냈어요. 전씨는 그사이에 급히 차를 타고 가버리고….”

―입을 틀어막고도 ‘12·12 쿠데타 기념 오찬’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전씨 쪽 민정기 전 비서관이 ‘우연히 정해진 친분 모임 날짜’라는 장문의 ‘보도참고자료’를 냈죠.

“네. 나흘 뒤 예정돼 있던 재판에 안 나간다고 했죠. 재판에서 대중에 공개되는 걸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것 같은데, 국민들이 분노할 모습이 두 번이나 포착됐으니 강제구인 될까 봐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착한 알츠하이머’라니, 기가 막혀요.”

전씨 쪽은 A4용지 3쪽이 넘는 자료를 통해 재판 불출석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한 덕에 행동장애나 우울증, 공격성 행동, 환각 등의 중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 ‘착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했다.

―이런 대목도 있어요. “(전씨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보다 아내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가슴 아파하고 절망한다.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깊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불행에 대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모진 말을 입에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

“자기가 피눈물 나게 만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참, 기가 막히죠.”

―‘서대문 주민 31만명을 잘 모시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딱 한 명 전두환씨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 걸 봤어요. 집요한 추적 이유는 뭔가요.

“전 대전 출신인데, 예상대로 ‘너 전라도지’라는 악플이 많아요. 5·18은 광주만의 과거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죠. 하지만 최종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요. 전씨가 살아생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역사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고 생각해요. 특히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일베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 의원이 공공연히 폭동 운운하고요. 이런 세력과 시도가 여전히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지난 12월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난 12월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씨에게 말을 걸고 있다.  ⓒ한겨레/임한솔 제공

임 부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낙선, 2016년 보궐선거 낙선 등 3수 끝에 진보정당 처음으로 서대문구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이든 구청장이든, 자기 지역구에 전씨가 사는데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죽 답답하면 제가 나섰겠어요.” 인터뷰는 자연스레 ‘청년 정치’와 ‘진보 정치’로 이어졌다.

―나이에 비해 정당 생활을 오래 했어요. 국회 고령화, 청년세대를 선거 때만 들러리 세우는 식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루 종일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한숨)….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대학 졸업 직후 17대 국회 노회찬 의원실에서 일했고, 19대 국회 심상정 원내대표 공보비서를 했고요. 두 명의 걸출한 진보정치인 가까이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닝 된 거죠. 지방선거 출마를 통해 지역정치도 경험했고요. 어느 당이든 이런 경험들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일 등 선진국처럼 10대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정당을 접하고,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인으로 훈련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핀란드에서는 서른네살 여성 총리가 나왔죠.

“제가 구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한 게 서른네살 때였는데(웃음)…. 우리는 청년세대가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아무런 기반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그걸 정당이 해야 하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부터 활성화하는 데 제가 기여하고 싶어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육아요(그는 6살·4살 두 아이의 아빠다).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전두환 추적은 계속하는 거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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