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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애를 태우게 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 몸을 뉘게 됐다. 그는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서 최근 서울 특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와 유명 돈가스 가게 등을 찾았는데, 오늘 밤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맞아하게 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형을 내리고 법정구속했다. 이날 판결은 12·3 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또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무위원 가운데 첫 선고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내란특검팀은 당초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했다.

우선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을 가진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한 전 총리가 불법적 내란을 저지르려는 대통령을 막아야 할 의무를 가졌음에도 제대로 막지 않은 것을 넘어 비상계엄의 외형적 적법성을 갖춰주기 위해 노력했던 점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라는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형식적으로나마 갖추도록 한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행위에 있어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12·3 내란은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비해 훨씬 크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을 해쳤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은 계엄 선포 후 이상민과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고 피고인은 이상민이 이 조치에 따르지 않도록 제재하거나 만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무총리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점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작위 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 등의 내란 행위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한 전 총리가 내란중요임무에 고의적으로 종사했다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할 계획을 들었다면 군경이 동원돼 헌법기관이 침탈될 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예상됐고 (계엄 당일 피고인이) 20시45분경 집무실에서 윤석열으로부터 비상 계엄의 취지를 듣고 대접견실에서 조태열 등에게 군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하는 걸 지켜봤다”며 “국헌 문란이 일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본 적이 없다는 등의 진술을 한 사실에 대해 ‘위증죄’를 저질렀다고 바라봤다.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도록 허위 표지를 작성·서명한 행위에 대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실에서 나와 총리 집무실에서 문건 꺼낸 것으로 보인다“며 ”양복 하의 뒷주머니, 상의 안주머니의 문건을 단순히 폐기한게 아니라 외부로 가져나와 별도로 폐기하거나 보관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2024년 12월8일 피고인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 전화해 ‘내가 서명한 것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무단으로 선포문 표지를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이 구형했던 징역 15년보다 훨씬 무거운 23년형이 선고된 것은 국가 헌정 질서를 파괴한 고위 공직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재판부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선고로 반세기 넘게 쌓아 올린 한 전 총리의 명예는 단 하루의 잘못된 선택과 이후의 책임 회피로 인해 '내란범'이라는 주홍글씨로 변했다.

한 총리는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통상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며 보수와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됐던 인물이다. 국무조정실장, 주미대사, 경제부총리, 두 번의 국무총리까지 관료로서 맡을 수 있는 최고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판부의 선고를 들은 한 전 총리는 “재판부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며 고개를 숙일 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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