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근 검찰개혁 세부 방안을 두고 불거진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당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로써 정부가 주도하던 검찰개혁의 무게추는 다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로 옮겨오게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충남 서산 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민생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오전 충남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 목소리를 듣고 (정부안을) 수정·변경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이것이 수사·기소의 분리 대원칙”이라며 “이 원칙은 훼손돼선 안 된다. 점 하나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 내용을 본 민주당 지지층들로부터 검찰개혁이 후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검찰개혁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보완수사권을 드고 반드시 폐지할 것이라 공언했다. 지난 12일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작성한 곳은 검찰개혁추진단이며 이는 총리실 산하에 있다. 김 총리의 관리 책임이 부각될 수 있는 지점이다.
김 총리는 전날인 13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개혁 과제이며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다”라며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수청·공소청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당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이다“라며 ”검찰개혁의 본령을 살린 최종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13일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 법세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입법예고안이 발표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에게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담긴 고민을 토로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직접 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은 민주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마련한 초안은 사실상 폐기되고 당과 지지층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반영될 공산이 크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국회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보완수사권과 중수청 수사관 이원화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즉각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토론회에서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요구권이든, 어떤 명분으로도 수사권을 검찰에 쥐여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도 “중수청을 이원 조직으로 만드는 건 사실상 기존 검찰 특수부를 확대 재편하는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보완수사요구권을 두고 민주당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진행될 국회 검찰개혁 법안 논의 과정에서 또 한 차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오후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 출연해 “보완수사 요구권 정도 주면 된다”며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는데 안 하면 보완수사를 따르지 않는 경찰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만드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오전 일본 방문 직전에 서울 성남공항에서 정 대표와 환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검찰의 권한이 없어지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상호견제를 해야지”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