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6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12일 발표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입법예고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자문위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중수청의 이원적 구조 등에 관해 반대했지만 입법예고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이었던 서보학 경희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자문위원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두 개의 검찰’을 만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범여권 국회의원들을 향해 정부 법안을 조목조목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학·황문규 교수와 김필성·한동수·장범식·김성진 변호사 등 사퇴 의사를 밝힌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6명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개혁추진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국민의 여망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개혁의 대상이어야 할 법무부 파견 검사들과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도 아래 진행되면서 검찰권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입법예고된 중수청과 공수청 설치 법안은 자문위원회의 견해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공소청 3단 조직구조 △중수청 내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등을 꼽았다.
이들은 “공소청 법안의 경우 자문위원 대다수는 현재 대검-고검-지검의 3단 조직구조보다 고검을 폐지한 2단 조직구조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법안에는 현행 검찰의 3단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 이원화를 놓고는 “다수 위원들은 중수청이 검찰청과 달리 완전히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인 점을 고려해 ‘수사관’으로 일원화된 조직을 설계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었음에도 법안은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수사관 이원화 말고도 이번 입법예고안 세부내용 가운데 수사통보 부분과 공소청 검사의 권한을 살펴볼 때 현재 검찰 특수부를 중수청으로 ‘격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들은 “법안은 중수청이 수사를 시작하면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공소청이 수사에 전면 관여하는 통로를 열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서 송치한 사건과 관련해 다른 사건을 입건할 것을 요청할 권한도 갖고 있도록 한 것은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자문위원들은 이어 “또다른 검찰을 만들기 위해 굳이 검찰청을 폐지했던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들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에 깊숙이 관여해 검찰에 유리한 내용을 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안에 포함시켰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봉 수석이 관련 회의에 자주 참석한 것은 물론 회의를 주재했다는 것이다.
자문위원들은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추진단과 매주 1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찰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는 법안을 마련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이는 완전하고 철저한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은 완전한 검찰해혁이란 사명을 떠안은 만큼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민주적 통제시스템이 작동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마련하는 법안을 맹신하지 말고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입법이 될 수 있도록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