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를 시찰하던 중 피습을 당했던 이재명 대통령. 지난해 1월 2일 있었던 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지 말자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보고서가 확인됐다.
당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피습 사건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온 민주당. ⓒ유튜브 채널 ‘한겨레TV’ /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5년 9월 2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밝혔다. 부산 가덕도 공항 관망대 현장에서 벌어진 ‘이재명 피습 사건’을 거론한 박선원 의원은 정보위 백브리핑에서 “김상민 당시 국정원 법률특보에게 이에 대한 평가를 하라고 요청한 바, 이를 커터칼 미수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을 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라며 테러 지정을 하지 말 것을 건의하는 그런 보고서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박선원 의원은 “국정원이 주도해서 부산 대테러 합동조사팀이 부산 강서경찰서 측에 습격범에 대한 조사 내용 공유를 지속 요청했으나 경찰 측에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접근 자체를 거부했단 사실이 확인됐다”라고도 했다. 이어 박 의원은 “따라서 국정원 대테러 합동조사팀은 테러 혐의점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라며 “경찰이 긴급하게 피습 현장을 물청소한 것, 피습 사건 당시 헬기 이송을 했는데 마치 ‘이재명 대표가 오버하고 있다’라고 프레임을 전환한 것과 관련해 적어도 국정원은 무관하다”라고 첨언했다.
박선원 의원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선 정보위 야당 간사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 특별감사 결과 보고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아주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박선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감사 결과가 형편없이 부족하고 짜깁기에 불과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한 경향이 보여 더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피습 사건 당시 입었던 와이셔츠. ⓒ유튜브 채널 ‘JTBC News’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당했던 피습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꾸준히 촉구해 왔다. 지난달 27일 MBN ‘프레스룸 LIVE’와 인터뷰를 가진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테러를 당했던 당시 상황을 ‘끔찍한 사건’이라 정의하며 “등산용 칼의 양날을 갈아서 검으로 만든 아주 강력한 칼이었다. 만약 칼끝이 1mm만 더 안으로 들어왔으면 대동맥을 건드려서 아마 지금 이 세상 분이 아니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흉기가 와이셔츠 깃에 먼저 닿으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 정권 차원에서 그걸 계속해서 축소하고,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라고 지적한 천준호 의원은 “국정원이 최근 4월 내부 문건에 흉기를 커터칼로 비유하면서 ‘커터칼 살인미수 사건’이라고 사건을 축소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라고 부연했다. 천준호 의원은 “대테러센터에도 ‘이 사건을 테러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빠르게 물청소한 점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JTBC News’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도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1야당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를 겨냥해 9개월간 치밀하게 준비된 정치적 암살 시도”라고 짚었다. 대책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이 사건을 테러방지법상 ‘테러’로 지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을 축소 및 왜곡하고 현장 증거를 인멸하는 등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라고도 했다.
여기에서도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을 지낸 김상민 전 검사의 이름이 나왔다. 김상민 전 검사는 최근 김건희 씨 관련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로 수사선상에 올린 바 있다. 김상민 전 검사를 거론한 대책위는 “김상민 전 특보가 실제 사용된 18cm 길이의 흉기를 일반 커터칼로 표현하고, ‘이 사건은 테러에 해당하지 않으며 테러로 지정할 실익이 없다’라는 황당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고 유포했다”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수사가 필요한 의혹들로 사건 직후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의 사건 축소 및 왜곡 문자메시지 유포,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에 의한 조직적인 사건 축소와 은폐 시도, 혈흔이 남은 사건 현장을 서둘러 물청소하는 등 경찰에 의한 증거 인멸, 특정 종교단체의 연루, 헬기 이송 과정 조사 논란, 김건희 배후설 등 정치적 사주, 암살 시도의 배후 세력과 조력자 의혹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