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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 선보인 안드로이드 로봇 지휘자 ‘에버6’은 팔과 손 동작이 제법 유연했다(좌), 6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우). ©국립극장 제공/뉴스1 
국내 처음 선보인 안드로이드 로봇 지휘자 ‘에버6’은 팔과 손 동작이 제법 유연했다(좌), 6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우). ©국립극장 제공/뉴스1 

지휘봉을 휘젓는 ‘로봇 지휘자’의 손이 제법 빠르고 유연하다. 위아래로 살짝 고갯짓도 한다. 26일 국립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를 시연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은 국내 최초의 지휘 로봇이다. 속도 변화가 많은 움직임을 잘 구사한다는 게 이 로봇의 특장점이라니 지휘자로서 ‘기본 자질’은 갖춘 셈이다. 로봇의 지휘에 이어 부산시향을 이끄는 지휘자 최수열과 에버6이 손일훈 작곡 ‘감’을 공동 지휘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로봇이 인간에게서 지휘봉을 빼앗아갈 수 있을까. 오는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실험적 공연 <부재>는 이런 물음 아래 추진됐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1년간 머리를 맞댔다. ‘지휘자가 부재(不在)하는 무대’란 뜻에서 제목을 붙였다.

에버6은 불친절한 지휘자였다.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고개도 까닥였지만 시선을 한 방향에 고정한 채 몸통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에버6은 냉정한 지휘자였다. 사전에 입력받은 대로 박자와 템포를 양보 없이 정확하게 밀어붙였다. 단원들은 로봇 지휘자의 손을 응시하며 무조건 움직임에 맞춰야 했다.

최수열 지휘자(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최수열 지휘자(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2023.6.26 ©뉴스1

로봇 지휘자의 치명적 약점은 호흡이 없고 듣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에버6과 협업해온 최수열 지휘자는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에 이뤄지는 소통과 교감, 제안과 설득의 과정이 없다는 게 로봇 지휘자의 가장 큰 한계”라며 “아직 지휘자라기보다 지휘 동작을 할 줄 아는 퍼포머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인간보다 우세한 에버6의 자질은 정확성이었다. 로봇이 구현하는 박자의 일관성, 템포의 균일성은 인간 지휘자가 따라갈 수 없다. 다만, 그 정확성이 음악적 완결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수열 지휘자는 “로봇은 템포를 정확하게 끌고 가지만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해 오류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하고 있다. 2023.6.30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하고 있다. 2023.6.30 ©뉴스1

국내에선 로봇 지휘자가 낯설지만 세계 무대에선 여러 차례 선례가 있다. 일본 혼다가 만든 로봇 ‘아시모’는 2008년 디트로이트 심포니를 지휘해 첫 로봇 지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일본에서는 ‘알터2’(2016년)와 ‘알터3’(2020년)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스위스가 만든 로봇 ‘유미’(Yumi)도 2017년 이탈리아에서 루카 필하모닉을 지휘해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협연했다. 로봇 지휘자는 차츰 진화하고 있다. 2008년 처음 선보인 로봇 지휘자 아시모는 한 손으로 위, 아래를 오가는 단순한 지휘 동작에 그쳤다. 반면, 유미는 제법 유연한 동작을 보여줬다. 알터3은 얼굴과 목, 손과 팔목까지 인공 피부로 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양팔을 휘젓는 동작은 물론 허리를 살짝 구부리거나 360도 회전을 하며, 고갯짓도 할 줄 안다. 당시 로봇 지휘자 유미와 협연했던 루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안드레아 콜롬비니는 “로봇에겐 영혼과 가슴이 없다”며 “로봇 지휘자는 인간 지휘자의 감수성과 정서를 도저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진화한 로봇지휘자 ‘알터3’의 공연을 담은 유튜브 댓글 중엔 ‘기괴’하다거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하고 있다.  2023.6.30©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하고 있다.  2023.6.30©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뉴스1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국내 최초 지휘하는 로봇 '에버 6'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지휘와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023.6.26©뉴스1

에버6은 기존 국외 로봇들보다 몸동작의 역동성은 부족하지만 어깨, 팔, 손의 움직임은 유연하고 섬세한 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동욱 박사는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기존 국외 로봇들과 작동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지휘봉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어깨와 팔, 손목 관절의 움직임은 훨씬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수열 지휘자는 “로봇의 손동작이 상당히 섬세해 놀랐다”며 “반복적 연습이 필요할 때는 로봇 지휘자가 트레이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위스가 개발한 로봇 지휘자 ‘유미’가 공연을 지휘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스위스가 개발한 로봇 지휘자 ‘유미’가 공연을 지휘하는 장면. ©유튜브 갈무리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엔 쉽지만 인간에게 쉬운 일이 컴퓨터엔 어렵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휘자도 휠체어에 앉은 채 눈짓과 표정만으로 멋진 음악을 뽑아내기도 한다. 지휘자는 박자만 맞추는 게 아니라 음표에 담긴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의미를 해독하고, 미세한 표정으로 수없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신비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휘는 로봇이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일지도 모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여미순 예술감독 직무대행은 “지휘자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고민하며 공연을 준비했다”며 “공연에 대한 상상과 기대, 결과로 마주할 지점은 각자 다를 것”이라고 했다. 최수열 지휘자는 “로봇의 기술적 영역이 지휘자의 예술적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지휘자가 부재한 공연을 통해 지휘자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공연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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