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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습득물 - 그 개의 이름은 너
ⓒ라이팅하우스
살아 있는 습득물 - 그 개의 이름은 너
ⓒhuffpost

세 살 된 그레이트 피레니즈(♀)와 만난 스물아홉 살의 남성으로부터

​

어느 무더운 여름날, 파출소에 커다란 습득물이 도착했습니다.

“너, 엄청 크구나.”

개와 고양이가 ‘습득물’로 파출소에 들어오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개는 처음입니다.

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마침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그레이트 피레니즈(Great Pyrenees:피레네 산맥에서 양을 지켜 온 산악견으로 키 65~82cm, 체중 41~59kg의 초대형 개다-역주)라는 견종인 듯했습니다.

개는 심하게 더러워서 원래는 하얬을 털이 오래 쓴 대걸레처럼 보였습니다. 파출소 안에 들어온 순간, 특유의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죠.

사실 나는 큰 개가 조금 무서웠습니다. 어린 시절, 이웃집에서 키우던 허스키에 쫓겨서 울음을 터트린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관으로서 부끄러울 정도로 겁이 나서 그 덩치 큰 개를 파출소 앞에 매어 놓았습니다.

줄에 매놓자마자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개라면 틀림없이 근처에서 알 만한 개일 테니 바로 주인이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습득물의 보관 기한은 일주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물건이라면 총무과에 전달하면 그만이지만 생물의 경우는 보건소 직원이 데리러 오게 됩니다. 유기견일지라도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개 주인이 반려견을 잊어버린 채 오래 집을 비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일부러 멀리서 이곳까지 와서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든 이 개의 존재가 내내 마음이 쓰여서 근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고서 그 위를 걷거나 주저앉아 버리는 통에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입으로 숨을 쉬면서 도시락을 먹고 있자니 파출소 옆에 사는 아주머니가 “이거 쓰실라우?” 하면서 개용 브러시와 샴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개를 만지고 싶지 않아서 바로 거절했더니 “이 일대에 악취가 진동한다우. 더 이상 방치하면 이웃에 폐를 끼치고 동물을 학대한다고 고소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아주머니댁의 마당을 빌려 개를 씻기기로 했습니다.

 

나 같은 겁쟁이에게 이렇게 큰 개를 씻기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수상한 자를 쫓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마치 백곰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난동을 부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싸우면서 겁에 질린 채로 나는 목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조심 브러시로 털을 빗겼습니다.

개는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습니다. 지나가던 초등학생들도 쳐다보았습니다. 조심조심 브러시에 힘을 주고 털을 빗기자 개는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그대로 마당 가에 데리고 갔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 호스에서 물이 나오자 개가 조금 뒤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다가가도 겁을 내는 것 같지는 않아서 전신에 물을 뿌리고 양손으로 샴푸를 문질러 씻겼습니다. 개는 그래도 얌전히 있었습니다. 점점 개를 씻긴다기보다 세차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깜박하고 개의 얼굴에 샴푸를 묻혔더니 개는 큰 몸을 박력 있게 털어 내며 주위에 엄청난 물거품을 날렸습니다.

“너! 임마! 얌전히 있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소리 지르자 아까부터 안을 기웃거리던 초등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깨끗해진 개는 내 코끝을 할짝 핥았습니다.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더니 초등학생들이 다시 까르르 웃었습니다.

털을 말리고 나서 햇볕이 잘 드는 파출소 앞에 매어 놓으니 개는 편안한 모습으로 엎드려 누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와 크다”라고 말을 걸거나,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도 인기였습니다.

“저, 이 녀석 이름이 뭐예요?”

“이름은 몰라.”

“그러면 이름 지어 줘도 돼요?”

“안 돼.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면 개 주인이 곤란해지겠지?”

“그러면 순경 아저씨는 뭐라고 불러요?”

“……너?”

“너요? 이상해요.”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너’는 꼬리를 흔들면서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파출소에서 피레니즈 견을 맡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에 사는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이들 방문하여 “선선한 시간대에 자주 산책시켜 줘야 해요”라거나 “더위에 약하니까 되도록 에어컨을 켠 곳에 두세요”라거나 “수시로 빗질을 해주는 게 좋아요” 같은 여러 조언들을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나는 반려견을 산책시키랴, 빗질하랴, 몹시 바빴습니다.

살아 있는 습득물 - 그 개의 이름은 너
ⓒ라이팅하우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보건소의 수송 차량이 왔을 때, 나는 경관답게 “수고하십니다” 하고 경례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는 하지 못한 채 직원을 맞이했습니다.

하얀 개는 비를 막는 널빤지만 얹은 허술한 개집 안에서 쌓인 눈처럼 소담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오면 바로 벌떡 일어났는데 이날은 초로의 보건소 직원이 아무리 불러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지, 이 개는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체중이 족히 50킬로그램이 넘을 겁니다. 과연 반려견을 다루는 데 익숙한 직원도 혼자서 끌고 가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어이, 너!” 하고 불렀습니다. 그러자 개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봐 너! 오늘은 이 사람과 산책할 거야, 이리 나와.”

그러자 개는 느릿느릿 개집에서 나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오호, ‘너’가 자기 이름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직원이 기특한 듯이 말했습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 이름도 필요 없어지겠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으로 했다. 어쩔 수 없다. 원망할 거면 주인을 원망해라. 그렇게 마음속으로 뇌까리면서 “너, 자 어서 가”라고 엉덩이를 툭 친 그때였습니다.

‘너’는 저항하지도 않고 슬픈 표정을 짓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코끝을 할짝 핥았습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동네를 다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살아났습니다.

너, 널 보러 놀러 왔어.

너, 네 주인은 언제 널 데리러 오려나?

너! 손! 좋아! 그러면 너! 다음에는 앉아!

어이 너, 육포 가져왔어.

그러자 왜인지는 몰라도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나는 엉겁결에 내뱉고 말았습니다.

“이 개는 제가 맡겠습니다.”

“네?” 보건소 직원이 입을 쩍 벌렸습니다.

“이 피레니즈를요? 에이 농담 마세요.”

나도 내 말에 놀랐지만 직원이 그대로 ‘너’를 데리고 가려고 해서 고개를 숙이고 조금 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쪽에서 부탁해 놓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역시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직원은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알고 있습니까?”라고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해 동안 몇 마리의 반려견이 살처분당하는지 알고 있어요?”

나는 ‘너’의 등에 손을 얹은 채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2만 마리입니다. 인간은 그만한 수의 ‘내 반려견’을 타인에게 맡겨 죽이고 있어요. 그 원인이 ‘키우지 못하게 되어서’나 ‘싫증이 나서’만은 아닙니다. 순경 아저씨처럼 그런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정’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녀석만이라도 지켜 주고 싶습니다.”

직원은 후, 하고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 말은 벌써 몇 번이나 들어서 넌더리가 난다는 듯했습니다.

“키우고 싶은 개와 키울 수 있는 개는 다릅니다. 실례지만 댁은 독신자 기숙사에 살고 있지 않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은 “그럼 무리예요”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피레니즈처럼 특수한 대형견을 보통 사람이 기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열심히 돌봐줄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기를 수 있을 만한 경제력도 필요하고요. 반려견을 기르기 전에는 누구나 반려견을 위해 심사숙고하고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사를 해야 해서, 길들여지지 않아서, 병에 걸려서, 그런 간단한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데리고 온다고요.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죄송하다, 어떻게든 될 줄 알았는데 안 됐다,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직원의 말에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습니다. 기르고 싶다는 열의만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게 있겠죠.

그의 말마따나 나는 키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 근처에 있는 내 본가에는 마당이 있습니다. 반려견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 두고 날마다 다니며 돌봐 주자. 사료비나 약값은 적은 급료지만 아껴서 부담하자.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왠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반려견을 덜렁 데리고 오다니…… 분명히 그런 싫은 소리 한두 마디는 듣겠죠. 부모님에게 폐만 끼치고 나는 최악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성가신 일을 늘리는 만큼 앞으로도 더 효도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싶어서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두 번이나 목숨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미숙아로 태어나서 숨이 끊어지려는 순간에 의사 선생님이 필사적으로 치료하여 살려 주었습니다. 다른 한 번은 어린 시절, 강에서 떠내려가는 순간에 전 소방대원인 형이 구해 주어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아쉽게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이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부탁이니까 부디 저에게 맡겨 주세요”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러시다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대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너’를 맡기로 결정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그 후 ‘너’는 네 마리의 새끼를 낳고 각각 마음씨 고운 가정에 입양 보냈습니다.

그레이트 피레니즈의 새끼는 마치 솜인형처럼 사랑스러워서 얼핏 보면 이런 몸집의 초대형견으로 자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새끼 강아지를 맡아서 기르겠다고 한 사람에게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날의 ‘너’처럼 슬픈 생각을 해야 하는 강아지가 한 마리도 없도록, 그렇게 간절한 바람을 담아 떠나 보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생명들.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

뺨을 대자 너는 코끝을 할짝 핥아 주었습니다.

* 반려인들을 위한 공감 안내서 ‘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에 수록된 글입니다.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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