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이자 신학생 출신 정치인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이 승리의 밤에 꺼낸 말은 '사랑의 정치'였다. 상대를 적으로 몰아붙이는 정치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는 이웃을 돌보고, 그 이웃과 함께 부당한 권력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트럼프 시대의 분열과 적대에 대해 그가 내놓은 답이다.
민주당 소속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이 11월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롱센터 공연예술회관에서 열린 중간선거 개표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탈라리코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경합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에서 공화당 후보인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과 맞붙었다. ⓒAFP/연합뉴스
AP통신은 3일 오후 10시5분께(미국 중부시간) 그의 당선을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민주당 후보가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같은 날 밤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에서 지지자들에게 내놓은 승리 연설을 통해 거대 자금과 정치적 분열에 맞서 벌였던 선거운동을 돌아봤다. 앞으로 펼칠 자신의 정치에 대한 포부도 펼쳐보였다고 미국 텍사스 지역방송 KSAT가 11월4일 전했다.
11월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선거 개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의 연설에 앞서 초기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라리코 당선인이 말하는 사랑에는 구체적인 행선지가 있었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댈러스 남쪽 샌드브랜치, 학용품이 필요한 엘세니소의 초등학교, 식료품값을 감당하기 버거운 포트워스의 가정들이었다.
그는 자원봉사자 6만 명과 함께 생수와 학용품을 전달하고, 2만 파운드, 약 9.1톤이 넘는 식료품을 모았다고 밝혔다. 선거운동은 표를 구하는 시간이면서 이웃의 당장 급한 사정을 살피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가 내민 손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도 향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라리코 당선인은 자신의 지지 연합에 생애 처음 투표한 사람부터 트럼프에게 세 차례 투표한 사람까지 함께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텍사스 주민들을 위해서도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승리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한 정당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반대편을 '내부의 적'이라고 불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탈라리코 당선인은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에게도 자신이 그들의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싸움의 구도를 바꿨다. 그가 짚은 미국 사회의 핵심 갈등은 '위와 아래' 사이에 있었다. 억만장자들이 소셜미디어와 케이블 뉴스, 정치인들을 지배하하면서 사람들이 분노로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좌우로 갈려 다투는 동안 학교와 의료 예산은 깎이고, 부유층에 유리한 조세 정책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더 많은 분열로 분열의 정치를 이길 수 없습니다."
탈라리코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댔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이 그가 맞선 골리앗이었다. 텍사스 주민들은 한 자신을 '물매'로 사용해 거인을 쓰러뜨렸다고, 선거 승리의 공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물매는 가죽에 돌을 얹고 빙빙 돌리다가 한쪽 끝을 놓아 돌을 멀리 날리는 도구로,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때 사용한 무기다.
"우리는 방금 텍사스를 되찾았습니다."
2026년 11월 3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롱센터 공연예술회관에서 열린 중간선거 개표 관람 행사에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의 지지자들이 초기 개표 결과에 반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세상의 모든 돈'도 텍사스 주민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꺾기 위해 3억 달러(약 4020억 원)가 넘는 자금이 투입됐고, 비방 광고와 흑색선전, 인공지능 딥페이크까지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공세를 뚫은 힘을 주민들의 참여와 연대에서 찾았다.
그가 "언제나 약자에게 걸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삶도 겹쳐 있었다. 러레이도 출신 목사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학대 관계를 벗어나 오스틴 동부의 작은 아파트에서 그를 키웠다. 아기 방을 따로 둘 공간이 없어 어린 탈라리코는 어머니의 옷장 안에 놓인 아기 침대에서 잠들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샌안토니오 서부 로즈 중학교에서 영어·언어 과목을 가르쳤다. 미국 장로교계 매체 '프레스비테리언 아웃룩'의 3월6일 보도에 따르면, 그는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교육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기독교 신앙도 그의 정치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25년 5월 오스틴 장로교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목회학 석사 학위에 필요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정치적 실천과 연결하면서도 기독교 민족주의에는 반대해 왔다. 공식 공약에는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 임신중지 권리와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담았다.
그 신념은 의료비와 생활비 문제로도 이어진다. 텍사스주 하원 공식 약력에 따르면, 제1형 당뇨병 환자인 그는 주의원 시절 인슐린 본인부담금 상한을 정하는 입법에 참여했다.
연방 상원 선거에서는 의료보장 확대와 처방약 가격 인하를 약속했다.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아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슈퍼팩과 기업 정치활동위원회 금지, 연방의원의 주식 거래 금지 등 거대 자본과 정치 권력의 결합을 끊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승리 연설의 마지막에 그가 꺼낸 것은 예수가 성전에서 돈을 바꿔주던 환전상들의 탁자를 뒤엎는 장면이었다. 약자를 돌보는 온기와 기득권을 흔들겠다는 결기가 그의 마지막 말에 함께 실렸다.
"이제 우리는 미국 연방 상원으로 향합니다. 텍사스 여러분, 이제 탁자를 뒤엎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