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아름다우므로, 요즘은 의사도 "살 빼는 게 좋다"라는 조언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러나, 비만이 만병의 원인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산모 또한 비만하면 본인과 태아에게 해롭다는 걸 이미 잘 안다.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산모가 있었다. 산부인과엔 처음 내원했는데, 초음파를 보니 이미 20주. 몸무게를 물어보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산모는 비만 체형이었는데, 그녀도 이를 걱정하고 있었는지 먼저 말했다.
임신 중 체중 증가는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과도한 체중 증가뿐 아니라 무리한 감량도 경계해야 한다. AI 이미지.
"지금 체중이 최고치에서 60kg 뺀 거예요. 예전엔 100kg이 훨씬 넘었거든요."
60kg이나 살을 빼는 건 방송에서만 나오는 드문 사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놀라웠다. 초고도 비만에서 평범한(?) 비만이 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체질이 크게 바뀌었다. 호르몬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생리를 매달 할 수 있게 되었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한다는 건 배란 기능도 돌아왔다는 의미이므로 임신도 가능해졌다. 다만, 오랫동안 생리를 잘 못했던 그녀는 자신이 임신 때문에 생리가 중단된 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지냈다.
임신인 걸 늦게 안 건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산모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산모의 걱정은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체중이었다. 임신 20주라는 말을 듣고 계산해 보니 임신하면서 벌써 10kg이 찐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전 아직 ‘비만 단계’인데, 여기서 10kg이나 찐 거면 큰일 아닌가요? 빼야 하면 빼겠습니다. 60kg 감량해 보니 살 빼는 건 자신 있어요!”
엄청난 체중 감량의 비결을 물어보니 산모는 “그냥 굶으니까 빠졌어요”라고 대답했다. 비록 식단 조절은 건강한 임신을 위해 종종 권장하는 방법이긴 하나, 산모의 경우는 체중 감량을 위해 극단적인 단식을 할까 봐 걱정되었다.
“우선 보통 산모들이 임신하면 얼마나 체중이 증가하는지부터 짚어보도록 합시다.”
연구마다 다르겠으나, 산모는 임신 중 체중이 평균 12~13kg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이 중 3~4kg 정도가 태아의 출생체중이므로 나머지인 대략 10kg 정도가 태아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무게이다. 태반과 양수 무게, 커진 자궁, 그리고 늘어난 혈액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산모는 출산 당시에 대략 5.4kg이 빠지며, 2주가 지나면 4kg이 더 빠지고, 2주부터 6개월 사이에 2.5kg 정도가 추가로 빠진다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임신 중 찐 체중이 최종적으로 보통 1~2kg 정도가 남는 셈인데, 이것 또한 산모마다 달라 일반화하긴 어렵다.
임신 중 체중 증가에 대한 권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국립의학원이 제시한 권고를 보면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임신 중 적정 체중 증가량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권고안은 정상 체중의 산모에게 임신 기간 동안 대략 11.5~16kg 범위의 체중 증가를 권장한다. 저체중인 산모는 이보다 많은 체중 증가를 권장받고, 비만인 산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체중 ‘증가’가 권장된다. 필자가 권고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비만이어도 산모에게 체중을 감량하길 강요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미국 국립의학원이 2009년 임신 중 적정 체중 ‘증가’ 권고안을 만들게 된 중요한 배경이 있다. 과거엔 비만 산모가 살이 찌는 걸 우려하는 경향이 매우 컸다. 비만 산모는 산과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임신 중 체중이 증가하지 않게 하거나, 오히려 감량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러나, 임신 중 산모의 체중 증가는 태아의 출생체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체중 관리를 한다고 과도한 식단 조절을 하게 되면 태아에게 필요한 단백질 등을 에너지로 소모한다. 비만 산모에서 지나친 체중 감량은 오히려 저체중아를 만드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 국립의학원의 권고안이 만들어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필자도 전문의 초기엔 ‘산모가 일주일에 몇 kg이 쪘는가?’를 매번 체크하며 산모에게 잔소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권고안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해하니, “일주일에 몇 kg이 쪘는데 괜찮아요?”라는 산모의 질문에 “어지간해선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비로소 생겼다.
물론 시대는 변하여 현재 권고안의 관심은 ‘비만 인구’이다. 지나친 체중 감량을 경계해 만들어졌던 권고안은 현재 체중 증가의 상한선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요약하면 어느 쪽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