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규제·제재가 부당하고 차별적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자사 입장을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이 적발되는 등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쿠팡의 대미 로비 확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 105개 사업장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이 적발된 가운데, 쿠팡의 대미 로비 비용은 올해 1~3분기 362만 달러로 늘었다.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22일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와 연방의회 로비공개법(LDA)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1~3분기 자체 로비 비용으로 362만 달러(약 48억 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9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밀러 스트래티지스와 발라드 파트너스 등 외부 로비업체 7곳에 지급한 대행 수수료까지 합산하면 누적 지출액은 617만5천 달러(약 82억 원)에 달한다.
발라드 파트너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년 넘게 교류한 브라이언 발라드가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3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미국 로비업계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인맥을 보유한 로비업체로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고객사로 참여하고 있다. SK그룹의 북미 대관 조직인 SK아메리카스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고려아연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백악관 대통령실(EOP), 국무부,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국가안보회의(NSC), 상·하원 등을 주요 로비 대상으로 신고했다. 공식 로비 의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의 보호'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모회사 법인을 두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규제·제재가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하고 차별적 대우라는 주장을 미국 정책 당국에 전달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쿠팡은 정치자금 후원에서도 미국 의회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쿠팡의 정치활동위원회 쿠팩(COUPAC)은 올해 1~3분기 미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과 관련 정치활동위원회 등에 총 18만5천 달러(약 2억5천만 원)를 후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6천 달러보다 18.2% 증가했다.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공화당 측 주요 인사에 대한 후원은 이어갔다. 민주당 측 후원액은 10만7천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9% 늘었다. 반면 공화당 측 후원액은 7만8천 달러로 9.8% 감소했다.
쿠팡은 지난 1월 쿠팡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 하원 세입위원회의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과 에이드리언 스미스 무역소위원장에게 각각 2만 달러와 5천 달러를 후원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하원 법사위 소속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과 대럴 아이사 의원도 후원 명단에 포함됐다.
다만 정치자금 후원은 로비와 별개의 활동인 만큼 후원액 증가만으로 특정 정당의 정책적 지지를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쿠팡의 대미 로비와 정치자금 후원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국내에서 커지는 규제 리스크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쿠팡과 계열사의 물류센터·배송캠프 등 105개 사업장을 감독한 결과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205건으로,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 대상이다. 나머지 144건에는 약 19억6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위반 내용에는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 미설치, 지게차와 노동자 간 충돌 방지 조치 미흡 등 안전관리 문제가 포함됐다.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거나 늦게 보고한 사례도 25건 확인됐다. 산재 신청을 취하하도록 노동자를 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2건도 적발돼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해당 의혹의 위법성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반면 사회적 논란이 컸던 블랙리스트와 불법파견 의혹은 이번 감독에서 법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쿠팡이 퇴사자 명단을 채용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를 다른 기업에 전달해 취업을 방해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사이의 불법파견 의혹도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