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퇴임 후 KB금융에서 받아온 연 4억 원의 경영자문역 보수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금융권 원로로서의 경영 경험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서 강점으로 꼽혀왔지만, 정작 그 경험을 바탕으로 퇴임 후 받아온 예우의 적정성이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윤 전 회장은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금융그룹 경영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이력은 회원 은행들의 의견을 모으고 금융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은행연합회장 후보로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 받아왔다. 실제로 윤 전 회장은 2023년 은행연합회장 인선 당시에도 잠정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스스로 후보직을 고사했다.
그러나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금융당국이 퇴임 임원의 고문 제도를 지배구조 개선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또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은행연합회장의 고액 보수와 선출 절차도 문제로 제기됐다.
지금까지 은행연합회장 인선의 핵심이 윤 전 회장의 경영 경험이었다면, 이제는 퇴임 이후 보상과 역할의 적정성까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윤종규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9월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KB 금융그룹 CEO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종규 연 4억 고문료 거론된 종합국감,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안에 고문 제도 포함 검토
23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재취업 관행을 지적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8개 금융지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퇴임 후 그룹 내 고문·자문역 등으로 위촉된 임원은 38명이었다. 이들에게 책정된 연간 보수의 합계는 약 57억 원이다. 해당 기간 실제 지급한 누적 금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회장은 2023년 11월 KB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6월 경영자문역으로 위촉됐다. 당시 책정된 연간 보수는 4억 원으로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 수준이었다. KB금융은 조사 대상 기간에 퇴임한 지주 임원 10명을 모두 경영자문역으로 위촉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번 질의가 고액 보수의 문제를 퇴임 이후 책임과 공시의 문제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고문·자문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보수와 업무가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으로 재직할 때와 달리 퇴임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관련 지배구조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며 고문 제도 운영 개선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관련 내용을 금융위와 실무선에서 협의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의 질의는 금융권의 고문 제도 전반을 다룬 것으로, 윤 전 회장 개인을 주목한 것은 아니다. 윤 전 회장이 KB금융 고문 계약을 마친 시점은 올해 7월로 알려졌다.
◆ 3년 전 은행연합회장 고사한 윤종규, 9년간 KB금융 이끈 경험으로 다시 하마평
윤 전 회장의 고문 보수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이슈가 은행연합회장 인선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조용병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 말 끝난다. 은행연합회는 26일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가동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 전 회장은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등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아직 공식 후보군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2023년 인선 때도 후보에 올랐던 만큼 이번에 다시 참여할지 관심을 받아왔다.
당시 회추위는 윤 전 회장을 포함해 6명의 잠정 후보군을 선정했다. KB금융지주 회장 퇴임을 앞두고 있던 윤 전 회장은 스스로 후보직을 고사했고, 이후 조용병 회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윤 전 회장의 강점으로 꼽혀온 것은 은행과 금융지주 경영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윤 전 회장은 2014년 KB금융 회장에 취임하며 국민은행장을 겸직했다. 회장과 은행장 사이의 갈등으로 혼란을 겪었던 조직을 수습했고, 이후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2023년까지 그룹을 이끌었다.
가계대출 관리와 생산적 금융 확대 등 정책 현안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에게는 은행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모아 금융당국과 조율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대형 금융그룹을 장기간 이끌었던 윤 전 회장의 경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는 금융권 원로의 경영 경험을 활용하는 방식인 고문 제도 자체가 문제로 제기됐다는 것이다. 오랜 경력이 협회장 후보의 강점으로 거론되는 동시에, 그 경력을 바탕으로 퇴임 후 받은 예우의 적정성도 쟁점이 된 셈이다.
◆ 은행연합회장 선출·보수도 앞선 국감서 지적, 공식 후보 추천과 검증 절차 남아
은행연합회장이라는 자리 역시 이번 국감의 검증 대상에서 비켜나 있지 않았다.
앞서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연합회장의 선출 과정과 고액 보수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권 주요 기관의 고위직 출신들이 회장을 맡아온 가운데 후보 추천과 선출, 보수 결정 기준이 투명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근 은행연합회장들은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금융권 고위직 출신이었다. 박 의원은 연간 7억 원대 수준으로 알려진 회장 보수와 관련해서도 성과평가와 보수 결정 과정의 점검 필요성을 지적했다.
19일 질의가 협회장의 선출·보수 체계를 다뤘다면, 22일 종합감사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윤 전 회장의 고문 보수가 퇴임 임원 예우 관행의 사례로 제시된 셈이다. 두 질의는 대상과 날짜가 다르지만, 금융권 고위직의 퇴임 이후 역할과 보상을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맞닿아 있다.
은행연합회 회장 인선은 회원 은행들의 후보 추천과 심사를 거쳐 진행된다.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현 회장과 회원 은행장 등 이사회 구성원 12명으로 꾸려진다. 각 위원이 후보를 추천하면 회추위가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은행연합회는 통상적으로 10월 말 인선 일정을 논의하고 11월 중순까지 후보를 압축해왔다. 최종 후보는 이사회와 전체 사원기관 대표가 참여하는 사원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