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멈췄다.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을 고려해 상장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축소 우려와 중복상장 논란이 맞물리며 SK하이닉스 주가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이번 결정이 투자심리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솔리다임의 외부 자본조달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향후 투자재원 확보와 자본배분 전략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장 중단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효과와 투자 부담 사이에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중복상장 논란'을 낳은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23일 참고자료를 통해 “솔리다임은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및 IPO 검토를 중단한다”며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이 메모리 수요 증가라는 새로운 성장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와 자금조달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시장의 우려와 반대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솔리다임의 IPO를 추진해왔다고 해명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보와 효율적 자본배분을 위해 직접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비교 검토해 왔다”며 “솔리다임이 IPO를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의 연결 현금흐름이 증가해 시설 투자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또 IPO를 통해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며 “즉 IPO 검토는 SK하이닉스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최근 고점과 비교해 절반 이상 빠진 주가 회복을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사업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조정받고 있다”며 “이러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은 상장 추진 검토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해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AI 투자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중복상장 논란이 꼽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기업가치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중단이 SK하이닉스 주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식시장 분석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철회 보도는 SK하이닉스의 중복상장 관련 우려를 완화할 재료”라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수용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과 지분 희석에 관한 경계감은 완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양 연구원은 “다만 외부 자본 조달 기회가 줄어들고 앞으로 투자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