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을 이끌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종합금융그룹의 완성'이다. 임 회장의 취임 직전인 2022년 7.9%(순이익 단순 계산 기준)던 우리금융그룹의 순이익 비은행 기여도는 2026년 상반기 22.3%로 확대됐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가 급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임 회장이 2024년 우리투자증권 출범, 2025년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우리금융그룹 식구들의 '화학적 결합'이다. 임종룡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차원 협업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한층 더 높여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까닭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임 회장이 확보한 증권·보험 계열사를 각각의 수익원으로 키우는 것을 넘어, 우리금융의 주력 사업인 기업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당 계열사들을 기업금융 사업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이 맡아온 기업대출과 금융주선에 증권·캐피탈의 투자 기능, 자산운용·신탁의 사업 발굴과 관리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시너지를 찾아나가고 있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종합금융그룹' 구상이 기업금융이라는 좀 더 구체적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계열사 공동 투자 늘리는 임종룡, 종합금융 역량 기업금융에 결집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가 함께 참여하는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주선에서 계열사별 역할을 나눠 맡는 방식이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21일 지난해 9월 시작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1년간 생산적·포용금융 34조7천억 원을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5개년 목표인 90조 원의 38.5%에 이르는 규모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체 공급액보다 계열사들이 함께 참여한 투자 사업의 내용이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올해 우리은행 기업금융(IB) 부문과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캐피탈, 동양생명 등 계열사는 신안우이 해상풍력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시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등 국민성장펀드 관련 사업에 5천억 원 이상을 집행했다. 추가로 약정을 마친 약 6천억 원 규모의 사업도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이 담당하는 그룹공동펀드는 올해 9월까지 이차전지·모빌리티 등 8개 기업에 1777억 원을 투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태양광 업체 사모사채 인수 1천억 원을 포함해 4661억 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이처럼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자산운용 등이 기업 자금 공급에 참여하면서 우리금융의 생산적금융 사업도 여러 계열사의 투자·융자 기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지난 9월23일 금융약정이 체결된 '포항 AI Factory 데이터센터' 조성사업이다.
경북 포항시 광명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서는 이 데이터센터는 총사업비 6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자기자본 1500억 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4500억 원으로 자금을 조달해 2027년 말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에는 우리금융 계열사 5곳이 각각 다른 역할로 참여했다.
우리자산운용이 초기 사업 발굴과 자산관리회사(AMC) 업무를 맡았고,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과 공동으로 금융을 주선하면서 대리은행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차증권과 공동 금융자문을 담당하고 우리금융캐피탈은 PF 금융에 참여한다. 우리자산신탁은 담보신탁과 자금관리 업무를 맡았다.
사업 발굴부터 금융 구조 설계와 자금 공급, 사업 관리에 이르는 과정에 여러 계열사가 참여한 것이다. 외부 금융회사들도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금융 기능을 연결해 사업을 펼쳐 나가는 것이다.
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 기회를 증권·자산운용·캐피탈 등 계열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넓히려는 임 회장의 구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는 혁신기업에 대해서도 이러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7월7일 열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콘퍼런스에서 스타트업 발굴부터 후속 투자, 기업 성장, 기업공개(IPO)까지 이어지는 금융지원 체계를 제시했다.
초기 기업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디노랩과 관련 펀드가 발굴·투자를 맡고, 성장 단계에서는 그룹 벤처투자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후 사업 규모를 확대하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우리벤처파트너스와 우리투자증권이 후속 투자와 자본시장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는 계열사들이 하나의 거래에 함께 참여하고, 혁신기업에 대해서는 성장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금융 기능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기업금융의 범위를 은행대출에서 투자와 자본시장으로 넓히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 증권사에 1조 투입하고 협업 조직도 마련, 임종룡의 종합금융 구상 실행 단계
임 회장이 이러한 기업금융 확대를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증권·보험 사업의 확충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조직 재편이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4월24일 우리투자증권의 1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권사의 자본 규모를 약 2조2천억 원으로 늘려 대형 거래 수행 능력과 기업금융 인수·주선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을 기업금융 영업 확대뿐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대한 성장 단계별 금융지원, 그룹의 모험자본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증권사의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은행이 갖춘 기업금융 고객 기반과 증권사의 자본시장 기능을 결합할 여력을 마련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 계열사도 기업금융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13일 공개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 관련 공시에는 우리은행과 동양생명이 함께 채권자로 기재돼 있다. 은행과 보험 계열사가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자금 공급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자금 운용 기능까지 기업금융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금융의 자금 공급 기반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상의 기반은 지난해부터 마련됐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4월 우리은행 IB그룹을 담당하던 이명수 부행장을 우리투자증권 CIB시너지본부장으로 겸직 발령하고, 증권사에는 CIB시너지사업본부와 산하 CIB시너지추진부를 신설했다.
은행과 증권이 인수금융·PF·인프라 금융·글로벌 공동 투자 등에서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하도록 만든 조직이다.
임 회장이 증권·보험 계열사를 확보하는 데 이어 이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자본과 조직 기반까지 마련해 온 것이다. 최근 계열사 공동 금융사업 확대는 이러한 준비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동양·ABL생명이 새롭게 우리금융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했다"라며 "이후 금융의 3대 축인 은행, 보험, 증권을 중심으로 그룹의 계열사가 종합금융그룹의 경쟁력을 다지고 시너지 기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