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부시 가문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전통적 공화당의 가치와 원칙을 중시하는 세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는 셈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 닐 부시. ⓒ AP통신=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미국 CBS뉴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 닐 부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에게 사전투표했다고 밝혔다.
닐 부시는 공화당 후보인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의 행적에 우려를 표하면서 탈라리코 후보의 성품과 원칙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닐 부시는 "트럼프와 그를 가능하게 한 사람들이 공화당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개인에 대한 충성이 원칙에 대한 충성보다 앞서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믿는 정치 문화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닐 부시는 자신이 오랫동안 공화당원이었고 전통적인 공화당의 원칙을 여전히 믿고 있다면서도 "정당 소속보다 인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딸 바버라 부시도 지난 9월 탈라리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2500달러(한화 약 330만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가문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공화당 내부의 정치적 균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와 주류 정치세력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공화당 주류를 비판하며 '미국 우선주의'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앞세워 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편했다.
특히 텍사스는 부시 가문이 공화당의 장기 집권 기반을 구축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부시 가문 구성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작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팩스턴 공화당 후보와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팩스턴 공화당 후보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소송에 관여했으며, 2023년에는 비리 의혹으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지만 주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텍사스에서는 1988년 이후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거나 양측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부시 가문의 일부 구성원들이 보여준 이례적 선택이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공화당 보수층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부담을 추가로 짊어지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