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 생명과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를 사실상 결정할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오 시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향후 보수진영 대선주자 라인업을 재편하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체제의 명운, 나아가 2028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까지 정국 전반을 뒤흔들 최대 폭풍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가 23일 금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 결과을 주목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5건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천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심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는 것은 물론 '보수진영 유력 대선주자'라는 정치적 입지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변수가 없지는 않다. 오 시장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7부)는 앞서 윤석열씨의 명태균 관련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 항소심에서 "여론조사는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고 정치자금 기부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 사건과 관련해서도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내릴 가능성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오 시장 유죄 여부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2심에서 유죄 선고가 내려진 뒤 대법원의 확정 판결 시점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으면 내년 10월에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서울 지역 지지도를 보면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재보궐 선거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된다면 2028년 4월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열리게 된다. 따라서 여야에게 수도권 민심 향배를 가늠하는 ‘미니 총선’이자 예비고사 성격을 띤다. 김 대표는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정청래 전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만일 '김민석 지도부 체제'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한다면 정치적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금 민주당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열린다고 했을 때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의 여파는 총선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주당 관점에서는 선거가 열리더라도 내년 10월보다는 4월에 열리는 게 더 낫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내년 4월에 진다고 하더라도 2028년 총선까지 1년여가 남은 만큼 만회할 시간이라도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지역에서 듣는 민심이라는 게 있는데 사실 상당히 안 좋다라고 많이들 걱정을 하고 있다"며 "요즘은 사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까지도 어렵다는 얘기가 또 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국민의힘에서는 만에 하나 보궐선거가 생긴다 하더라도 경선을 통해 확정된 후보는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가고 싶은 분들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과는 집안 사정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만일 오 시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내년 10월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열리고,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다면 김 대표 사퇴론이 들끓으면서 당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가 오 시장의 유죄 판결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민주당 내부는 이거 괜히 유죄가 나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했다가 또 총선 직전에 대판 지고, 영향받아서 총선까지 지는 거 아니야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힘내라 오세훈' 약간 이런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무죄가 나오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범여권으로부터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달리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오 시장이 '오세훈·한동훈·장동혁' 3강 구도에서 한발 더 앞설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던 오 시장의 정치적 체급이 한층 더 높아지는 셈이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오 시장이 무죄 판결을 받게 될 상황을 두고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하나 더 확보하는 것"이라며 "위기를 뚫고 다시 한 번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셈이라 향후에 있을 큰 선거에 있어서 존재감을 훨씬 더 도드라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오 시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단기적으로 국민의힘 내부 지형은 장동혁 대표에게 유리한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지난 7월 오 시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내부 쇄신파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장 대표와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는 오 시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면 합리적 보수를 지향해 온 쇄신파도 함께 타격을 입고 장 대표의 주도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이 흔들리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