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두 차례 금리 인상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동사태가 격화하고 주요국 통화·재정정책의 향방이 흔들리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린 금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긴축 기조를 거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8월 전망치를 상당폭 웃돌고 물가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집값 오름세도 다시 커졌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추가 인상'이 명시됐다. 이번 동결이 인상 기조의 마무리보다는 일시 정지에 가깝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7명 전원이 동결에 찬성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3% 안팎의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 여전하다고 봤다. 인상 요인이 쌓여 있는데도 동결을 택한 이유로는 중동사태와 주요국 통화·재정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대내외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과 두 차례 인상의 파급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정책 방향은 인상 쪽에 무게를 실었다. 금통위는 물가·경기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조정의 방향을 인상으로 명시한 셈이다.
경기 판단은 한층 낙관적으로 바뀌었다.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 호조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늘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소득 여건이 나아지면서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8월 전망치인 3.3%와 2.9%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사태 전개 상황, 반도체 경기 확장이 내수로 번지는 정도, 국내외 금융여건 변화 등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물가 오름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다.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후반에 머물렀다. 한은은 비용 압력의 전이가 이어지고 수요 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인 2%를 웃돌 것으로 봤다.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2.7%, 2.5%)에 대체로 부합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2.3%,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내수 개선 속도, 임금 상승세 확산 정도가 변수로 지목됐다.
금융안정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이 순상환되면서 감소로 돌아섰다. 하지만 주택 관련 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는 다시 커졌다. 금통위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둘러싼 금융불균형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에도 상당폭 내렸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수급이 개선된 영향이다. 국고채 금리는 중동사태 악화와 국제유가 상승, 주요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크게 뛰었다. 이후 국고채 수급 개선 기대에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주가는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둔화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중동사태와 주요국 통화정책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화 강세에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수급 개선으로 상당폭 하락했다. 반면 국고채 금리는 중동사태 악화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둔화 우려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세계경제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도 인공지능(AI) 투자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한은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로 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주요국 장기금리도 상승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