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박 전 장관의 혐의 일부를 '무죄'로 뒤집었는데 법률의 세세한 문구와 행동의 의도 및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박 전 장관이 내란 가담자임을 인정했으면서도 형량을 60% 이상 줄여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국가적 중대 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가 21일 내란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사진)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21일 내란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조은석 내란특검팀도 2심에서 징역 25년형을 구형했는데 16년(약 64%)이나 감형해 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목적이 위헌·위법임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교정본부장에게 수도권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을 각각 지시한 행위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맞다고 봤다.
그럼에도 형량이 대폭 감형된 것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혐의가 무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2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교정본부장에게 서울구치소 '수용거실 현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인력 파견 요청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혐의사실 역시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검찰과장에게 합동수사본부로부터 검사 파견 요청이 올 때를 대비해 검토하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원론적 지시를 내렸다고 해서 내란 목적 달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박 전 장관이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대검 과학수사부 소속 포렌식 요원 등 인력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하라고 지시한 혐의사실도 1심과 달리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은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을 지시하며 직권을 남용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무죄로 뒤집었다는 점이다.
박 전 장관이 계엄 포고령을 집행하려는 위법한 목적으로 출국금지 담당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지시한 만큼 직권을 남용한 점은 인정되지만, 직원의 출근·대기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되기 위한 법률적 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법무부 장관이 불법적 내란을 이유로 직원을 출근시키고 대기하라 지시했더라도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에서 정한 비상근무로 볼 수 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법무부 장관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국가 권력을 내란에 동원한 책임을 대폭 감경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일부 혐의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어도 법무부 장관의 적극적인 내란 가담이라는 핵심은 그대로인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짓밟은 책임까지 이토록 가벼워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어 "1심 재판부가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단행했던 것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권력형 범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타협 없는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사법정의의 당연한 결론이었다"며 "그러나 2심 재판부의 대폭 감형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던 세력에게 책임의 무게를 경감시키는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