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초 인도 현지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히며 내건 세 가지는 '경제형 제품 출시', '생산능력 확대', '시장 2위 수성'이었다.
문재영 사장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고 생산능력 추가 확장까지 나섰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인도 현지 언론이 자국 내 건설장비 제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이 최근 일부 건설장비에 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재영 HD건설기계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인도 공략이 '중국 수출 통제'라는 호재를 만났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HD건설기계가 인도 사업 확장에 나선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11월18일부터 일부 건설장비의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
이는 중국 상무부가 19일 국가안보와 이익 보호를 이유로 일부 터널 굴착기와 보행식 굴착기 등의 건설장비를 수출 통제 대상으로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과 분쟁 관계에 있는 '민감 국가·지역'에 이 장비들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수출 통제 대상과 유사한 기술 사양이나 성능을 갖춘 제품의 경우, 수출업체는 상세한 기술 제원을 제출해야 한다.
상무부는 민감 국가·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의미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오래전부터 국경 분쟁을 겪어온 인도 언론은 이번 조치가 인도 인프라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인도 경제 신문 더이코노믹타임스는 20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어느 국가에서 제조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제 인도의 과제는 단순히 수입처를 다른 곳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장비 수요를 인도 내부의 제조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HD건설기계 인도법인은 30일 신주권을 교부한다. 이는 8월 결정한 87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따른 것이다. 유상증자는 인도 현지 시설 구축을 위해 이뤄졌다.
877억 원 가운데 478억 원은 인도 현지 산업차량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99억 원은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 데 사용된다. HD건설기계는 이번 생산기지 구축으로 2030년까지 연간 최대 5천 대 규모의 산업차량 생산체계를 갖춘다.
이번 유상증자와는 별도로 인도 현지 굴착기 생산능력을 2025년 연 6천 대 규모에서 2026년 연 9천 대 규모로 키웠다. 2030년에는 이를 연 1만2천 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는 문 사장의 인도 공략 강화라는 기조 아래 이뤄졌다.
올해 1월 취임한 문 사장은 신년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인도 사업 강화'를 사업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가격에 민감한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자 경제형 건설장비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도에서 공급능력을 키우고 시장 2위를 수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형 장비도 실제로 나왔다. HD건설기계는 6월 인도 푸네 생산법인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20톤급 굴착기를 선보였다. 인도를 수출 거점으로 삼아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목표였던 '2위 수성'도 넘어섰다. HD건설기계는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를 기록해 영국 JCB(19.5%), 일본 히타치(18.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 결과 HD건설기계의 2분기 연결기준 인도 건설기계 제품 매출은 약 1232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1% 증가한 것이다.
문 사장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거대한 현지 인프라·건설장비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인도 17개 중앙정부 부처·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15억 루피(약 239억 원) 이상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1981건, 전체 사업 규모는 42조7800억 루피(약 681조4854억 원)에 달한다.
디팍 셰티 인도 건설장비 제조협회(ICEMA) 회장은 5월 인도 건설장비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약 14조9011억 원)에서 2030년까지 147억6천만 달러(약 21조9940억 원) 규모로 성장해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