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한 데 이어 국정조사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탄핵소추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내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의 탄핵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탄핵 기각에 따른 역풍과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국정조사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 탄핵과 관련해서는 국정감사 이후에 조 대법원장 탄핵의 구체적 근거들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국정조사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탄핵과 관련한 여론이 분분하다. 탄핵의 명분과 근거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정조사가 탄핵소추를 위한 절차냐는 질문에도 "탄핵의 근거를 국민과 함께 더 조명하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앞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공식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탄핵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까지도 실제 탄핵소추 여부와 구체적 추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논의에만 머물러 있다.
이처럼 지도부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당내에서는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지지 않는 사법부 수장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나"라며 "결정을 미루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누적된 법률 위반 의혹을 면밀히 따져 조 대법원장의 탄핵 소추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민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희대 탄핵 신중론을 존중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압박했다.
정청래 의원도 공개적으로 비판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는 타이밍이다. 조희대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사유는 차고 넘치며 그의 정치행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의 국정조사 검토를 두고 "후폭풍 운운하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봤자 국민들은 민주당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다"며 "조희대 탄핵 안 하려고 저러는구나"고 의심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화끈하게 '조희대 탄핵 결정'하는 것이 최상책이다"라며 "이게 아니면 솔직하게 말하자. 시간끌기 하지말고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김준형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자체 마련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과 의원 전원 명의의 친전을 전달했다.
김준형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결정을 미루는 배경에는 탄핵의 실효성과 여론의 역풍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종료되는 데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탄핵 추진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국정조사 검토에만 머무른다면, 오히려 결정을 미루며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