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약 4000㎞ 떨어진 우간다 엔테베까지 날아가 자국민 인질을 구했던 이스라엘의 참전용사들이 50년 뒤 네타냐후 총리가 참석한 기념식에 등을 돌렸다.
가자전쟁 장기화와 인질 협상 지연 속에서 네타냐후 정부의 리더십을 비판해온 참전용사들이 엔테베 작전의 의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월1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엔테베 작전 50주년 기념식에서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다(왼쪽). 가면을 쓴 반정부 시위 참가자가 같은 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 앞에서 네타냐후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2023년 10월7일 하마스 기습 공격 발생 1000일을 맞아 전국적으로 열린 집회의 일환으로, 희생자 유가족과 당시 납치된 인질 가족들로 구성된 ‘10월 평의회’가 주최했다. ⓒ로이터/EPA/연합뉴스
“국가는 끝까지 국민을 구한다”는 엔테베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부와, 그 가치가 훼손됐다고 비판하는 참전용사들의 충돌은 가자전쟁 이후 깊어진 이스라엘 사회의 균열을 보여준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엔테베 작전 50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인질 구출 작전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이 대거 불참했다.
앞서 이스라엘 특공대는 1976년 7월4일 약 4000㎞ 떨어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기습 작전을 벌여 팔레스타인·독일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자국민 인질 102명을 구출했다.
작전 과정에서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30세의 요니 네타냐후도 전사했다. 요니 네타냐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친형이자 이스라엘의 대표적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102명의 인질을 구출한 엔테베 작전의 부지휘관이자, 이스라엘방위군(IDF) 예비역 장성인 마탄 빌나이는 CNN 인터뷰에서 “50년 전 작전을 기념하며 무엇을 축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10월7일 이후 나는 한 번도 축하한 적이 없다. 지금도 수많은 병사와 예비군이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데 기념식을 여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동생 이도 네타냐후가 7월1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엔테베 작전 50주년 기념식에서 추모 촛불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기념식에서 “요니(친형의 이름)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다”며 엔테베 작전을 현재의 대이란 군사 작전과 연결했다. 그는 “1976년 작전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고, 테러에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엔테베 작전에서 인질을 구출했던 참전용사들은 2023년 10월7일 일어난 하마스의 기습 공격공격과 관련해 “50년 전에는 우간다까지 날아가 인질을 구했던 나라가 왜 지금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하지 못하느냐”며 현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7월12일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엔테베 작전 50주년 기념식에서 손짓하며 발언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형 요나탄(요니) 네타냐후는 1976년 우간다 엔테베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지휘하던 중 전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이콧에 나선 이들은 지난 9일 공개서한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많은 예비군이 장기간 전쟁에 동원되는 가운데, 종교 연구를 이유로 초정통파(하레디) 남성들의 병역 면제를 유지하는 정부 정책도 문제삼았다.
1976년 엔테베 작전 당시 현장 지원 임무를 지휘했던 우리 사기 전 군사정보국장은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며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없다면서 참석을 거부했다.
13세 때 엔테베에서 구조된 베니 데이비드슨도 “가치와 리더십의 붕괴를 가리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불참했다.
한 시위 참가자가 7월2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2023년 10월7일 하마스 주도 기습 공격 발생 1000일을 맞아 열린 집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얼굴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엔테베 참전용사들과 네타냐후 총리의 갈등은 10월7일 이후 더욱 깊어졌다. 참전용사들은 전쟁 종식과 인질 귀환 협상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엔테베 작전의 부지휘관이었던 빌나이는 “엔테베의 의미를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며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우리는 네타냐후의 정치적 기념행사에 들러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처음 집권한 이후 세 차례 총리를 맡으며 약 19년간 재임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다. 그러나 가자전쟁 장기화와 인질 협상 지연, 사법 리스크 속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2026년 10월 총선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년 7월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 전쟁의 계기가 된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1000일을 맞아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얼굴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