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KT 주가는 10거래일간 6.3% 상승했다. 주총에서 새 대표가 공식 선임되자, 경영 공백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T 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8.1%)에 비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현재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주총 이후 두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KT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 상황에서 박윤영 대표이사 사장이 KT의 밸류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주목된다. KT는 경쟁사 대비 배당과 자사주 정책 등 주주환원에 인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KT의 밸류업에는 직접적 주주환원보다 근본적 사업 경쟁력 강화가 주효한 카드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윤영 대표이사 사장이 KT의 밸류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주목된다. 직접적 주주환원보다 근본적 사업 경쟁력 강화가 주효한 카드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는 주주환원 모범생으로 꼽힌다. 4년에 걸친 1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 정책과 높은 주당배당금(DPS) 수준이 경쟁사보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은 "KT는 3월부터 9월까지 25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고 올해 DPS는 2490원으로 예상된다"며 "주주환원 매력도가 경쟁사 가운데 가장 높다"고 바라봤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KT는 외국인 매수가 제한돼 있어 자사주 매입의 주가 영향이 더욱 큰 구조"라며 "연간 DPS가 전년과 동일하더라도 주주환원수익률은 5.4%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매력적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KT의 주가 상승이 제한적인 것과 관련해 결국 박윤영 사장이 KT의 밸류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KT 사업의 경쟁력, 특히 KT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KT의 미래와 사업 경쟁력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공지능(AI)과 6G를 꼽는다. AI가 전반적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면, 6G는 5G 다음을 잇는 KT의 미래 통신 사업 자체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KT의 행보가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에 KT가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지 못한 것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6G 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 등은 시장이 KT의 미래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한 주요 에피소드다.
그동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AI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며 치고 나갔다. SK텔레콤은 '1인 1 AI 에이전트' 전략으로 에이닷 기반 업무·마케팅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AI컨택센터(AICC) 사업을 외부로 확장하며 B2B 매출을 지난해 5월 기준 200억 원대 규모로 키워낸 상황이다.
반면 KT는 과거 AI 스피커나 AI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룹 차원의 명확한 AI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출신 CEO' 박 사장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는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을 거치며 2020년까지 28년 동안 KT에 몸담은 내부 출신 CEO다. 조직 이해도가 높은 만큼 리더십 차원에서 시장의 기대 수준이 높다.
희망적인 부분은 본업인 통신 네트워크의 기술적 우위다. KT는 2030년으로 예상되는 6G 상용화 시점을 앞두고 가장 탄탄한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삼성 단말기에 이어 올해 아이폰에서 국내 최초로 5G 단독모드(SA)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5G SA는 LTE 망을 빌려 쓰지 않는 순수 5G 통신으로, 지연 시간이 짧고 배터리 소모가 적어 6G 네트워크로 진화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기술적 토대는 닦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 회복은 여전한 과제다. 올해 초 MWC에서 글로벌 '6G 연합' 두 곳에 모두 이름을 올린 SK텔레콤과 달리, KT가 한쪽에만 참여한 것은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표적 실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