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지방선거 공천 작업을 비교적 순조롭게 이끌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전략공천’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과 경기 안산갑은 복당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중량급 인사들이 노리고 있을 뿐 아니라 당내 역학구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국회의원 재보궐 지역 공천은 ‘경선’보다 ‘전략공천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밝힌 정 대표로서는 ‘통합’과 ‘필승카드’라는 두 개의 과제를 모두 안게 된 셈이다.
3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주도 아래 국민의힘과 비교해 지방선거 공천이 큰 잡음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가 ‘러브콜’을 보내 온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날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등 주요 광역지자체장 후보 공천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지역들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인천 계양을, 인천 연수갑, 경기 안산갑 등 세 곳의 공천 결과가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인천에서는 계양을과 연수갑의 공천 방정식이 최대 난제다.
이재명 대통령과 오랜기간 함께 일해왔던 ‘찐명’(진짜 친이재명)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계양을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무죄 판결을 받고 복당한 송영길 전 대표가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계양을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인천 계양을에서만 5선을 지낸 데다 2022년에 이재명 대통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역구를 양보했던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이 계양을 재보궐 선거에 나서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인천 계양을 후보를 놓고 당내 경선을 벌인다면 정치적 기반이 빈약한 김 전 대변인이 패배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전 대변인을 계양을에 공천한 뒤 송 전 대표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연수갑에 배치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인천 연수갑에도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박 전 시장은 26일 페이스북에서 “시장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청와대 핵심 멤버로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무너지는지 모두 경험했다”며 “그래서 인천에서, 연수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인천 계양을 상황을 두고 “(송 전 대표가)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하겠지만 계양에서 5선, 인천시장을 했기 때문에 인천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까 정청래 대표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바라봤다.
양문석 전 민주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재보궐이 확정된 경기 안산갑도 상황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을 거친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과 전해철 전 민주당 의원,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까지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양 전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께서 안산갑 지역위원장을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정치검찰의 조작 사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김용 대변인의 복귀를 원하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김 전 부원장 출마에 힘을 실었다.
이에 김남국 대변인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제는 개인의 아쉬움과 정치적 배려보다 안산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월 부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대통령의 쓸모' 부산·울산·경남 출판기념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가 경기 안산갑 공천을 결정할 때 또 다른 걸림돌은 김 전 부원장의 ‘사법 리스크’다. 김 전 부원장은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경기 안산갑에서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상실해 또다시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최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공천을 주고 대법원 확정 판결로 재보궐이 또 열리게 된다면 지역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솔직히 민주당이 전체 선거판을 국민의힘 내란 정당 심판론으로 프레임 잡아서 가려고 하는데 엉뚱한 데로 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29일 페이스북에서 “뇌물 6억7천만 원, 2심 징역 5년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주범 송영길 전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민주당 출마 예정자들”이라며 “범죄자 전성시대다. 이 오만함을 국민들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정 대표가 뚜렷한 대안 없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 전 부원장을 배제할 경우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정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8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능하면 경기도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욱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민주당의 재보궐 선거 공천 상황을 두고 “민주당이 원칙적으로 보궐선거는 전략공천을 하기로 했었는데 전략공천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함수가 복잡해지는 측면들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부분과 관련해서 당 지도부나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조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저는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