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살을 에는 듯한 한파에서 풀려나, 이제 아무런 제약 없이 야외 러닝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온도 환상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 최고 기온 평균은 15.5도에 이른다.
하지만 부푼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가 등장했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대수냐고? 한 연구결과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한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22일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지난주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44.6㎍/㎥로 국립환경과학원 기준 '나쁨(36~75㎍/㎥)'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수도권 등에는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대기질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 유입과 대기 정체'를 지목했다. 그로 인해 이번 주(22일~25일)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도 높을 것(36㎍/㎥ 이상)이라고 예보했다.
◆ 초미세먼지 탓에 운동효과는 절반으로 떨어진다
한 연구결과는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운동을 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만 국립중흥대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의학 저널 BMC Medicine에 '대기 중 초미세먼지가 야외 신체 활동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약화시키는가?'라는 논문을 게재하며 세계 여러 나라 시민 150만 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를 내놨다. 핵심은 초미세먼지가 심한 환경에서 운동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운동한 사람에 비해 절반의 운동 효과밖에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기질이 깨끗한 환경(초미세먼지 25㎍/㎥ 미만)에서 WHO 권고 운동량(주당 150~300분)을 채운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30% 낮아졌다. 그러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25~35㎍/㎥인 지역에서 운동한 경우, 사망 위험 감소 폭이 12~15%로 줄어들었다. 운동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5~50㎍/㎥로 높을 때는 운동으로 얻는 암 사망률 감소 효과가 사라진다고 분석도 함께 내놨다. 암 사망률에선 효과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대만 포원쿠 국립중흥대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운동 가이드라인에 대기질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어쩌면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 한 시민이 잠수교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동 중에는 평소보다 호흡량 및 심박수가 증가한다. 이때 머리카락 굵기의 1/20~1/30도 안 되는 초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온다. 이후 혈액을 타고 폐·혈관·심장·뇌·자율신경계를 돌아다니며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급(확인)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가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의학저널 BMC Public Health 게재된 서울대학교병원 보건센터 홍윤철 교수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심장질환 사망자 1만971명 중 2861명이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초과 사망자'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와 25세 이상 성인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조사 기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3.5μg/m³로, 환경부 기준치(15㎍/㎥)의 약 1.5배,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질 가이드라인(5㎍/㎥)의 5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헬스장, 수영장, 실내 체육관 등을 이용하거나 홈트레이닝이 좋은 대안이 된다. 전문가들은 야외 운동을 할 경우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한다. 귀가 후에는 손과 얼굴을 청결히 씻고, 실내 공기질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K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초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하면 숨 쉬는 데 불편함이 따르지만, 신체에 악영향이 크게 줄어들고 폐활량도 늘어난다. 피에르귀세페 아고스토니 이탈리아 밀라노대 심장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심장·폐 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격렬한 운동을 해도 심박수·혈압·혈중 산소 농도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 곤란을 겪을 위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