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라크 내부 쿠르드 망명반군을 앞세워 이른바 '대리 지상전'을 시작했다. 쿠르드족은 오스만제국 해체 뒤 독립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란과 이라크, 튀르키예 등에 걸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 이란정부의 박해를 오랫동안 받아와 이번에 참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하지만 안보전문가들은 쿠르드족의 대리전은 자칫 이란 내부 분열과 국가 붕괴의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 될 뿐만 아니라 분리주의 및 반체제 무장단체들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미국 CNN과 폭스뉴스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계 쿠르드 반군 단체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이란 쿠르디스탄 민주당(KDPI)의 대표 무스타파 히지리와 통화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무장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쿠르드 망명반군은 이란 북서부 지역에서 지상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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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망명반군은 어떤 무리고, 왜 지상전에 개입하나?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 구글 지도 갈무리.
쿠르드 망명반군은 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 망명근거지를 둔 이란계 쿠르드 반군으로 이란 정권 타도와 쿠르드족 자치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집단으로 파악된다.
이란계 쿠르드족은 이란 정부로부터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와 서로 반목하는 핵심 세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2022년 이란에서 발생한 '여성·생명·자유 시위 운동'과 올해 초 이란에서 일어난 '대규모 경제난 시위'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자, 이란계 쿠르드족의 봉기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디스탄 지역을 공격한 바 있다.
이란계 쿠르드 무장단체들은 이라크-이란 국경지대 중에서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수천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계 쿠르드족은 단순한 친미세력이라기 보다는 이란에서 쿠르드족의 독립과 자치를 목표로 하는 이란 반체제 세력으로서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해 이번에 지상 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읽힌다.
미국 대리전의 전략적 의미와 이란의 물밑협상 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지상군을 이란에 직접 투입하지 않는 대신 쿠르드 반군을 '대리 전력'으로 활용해 이란의 체제 전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 정보당국은 제3국 정보기관을 통해 미국 CIA에 비밀리에 접촉해 종전조건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중동 및 서방관련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다음날, 이란 정보당국이 종전조건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가능성에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들(이란)은 대화를 원하지만 나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쿠르드족을 활용한 대리전 추진에는 이스라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전문 영국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MEE)가 미국 매체 악시오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수개월 간 미국과 물밑 접촉을 통해 쿠르드족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개월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라크 쿠르드 지도자인 마수드 바르자니와 바펠 탈라바니에게 직접 전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민족갈등 커지는 '이란전쟁' 장기전 우려 커진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를 비롯한 안보 전문기관들은 이란 체제가 대리전을 통해 붕괴되면 오히려 이란이 분열될 가능성을 크게 경고하고 있다.
ISW는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반체제 무장단체들이 권력공백을 채우려 할 것이며 이는 이란의 분열양상을 가속화해 역내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란 공습직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을 맡고 있는 사남 바킬 박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이란 공습으로 이란 국민의 자유를 언급했지만, 전쟁과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정치적 전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며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처럼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수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붕괴될 경우 불균등하고 폭력적으로 분열될 것이 분명하고, 과거 시리아나 리비아의 분열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며 "이란 내부의 성직자 네트워크와 비국가 무장단체들의 권력쟁탈전을 보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