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으로 불리는 치매는 기억과 인지 기능이 점차 사라지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남아 있다.
AI로 제작한 눈물 흘리는 딸과 어머니. ⓒ허프포스트코리아
치매 환자 가운데 일부는 뇌수두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결핍, 우울증 등 가역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조기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체 치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는 뇌세포 손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이 때문에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조기 진단을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백질, 치매 예방에 필수적인 영양소
2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 연구팀의 ‘단백질 섭취와 삽화기억: 아포지단백 E4 유전자형의 조절 역할’ 연구을 보면,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노년층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기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2024년 8월 알츠하이머병 연구·치료 분야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65~90살 성인 196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량과 인지 기능, 특히 삽화기억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 집단의 기억력이 최대 40%까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결과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그룹의 전체 인지 기능 점수는 평균 83점으로, 섭취량이 적은 그룹(67점)보다 약 24% 높았다. 삽화기억 점수 역시 단백질 섭취가 많은 그룹이 43점으로, 적은 그룹(34점)보다 27%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연령, 생활습관 등 다양한 영향 변수를 보정한 이후에도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집단은 전체 인지 기능과 삽화기억 능력이 약 20% 더 우수했다. 다만 언어 능력, 집행 기능, 시공간 능력, 주의력 등 비기억성 인지 기능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대상자 가운데 113명은 정상 인지 기능을 보였으며, 83명은 경도인지장애 상태였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치매 예방 음식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치매 예방과 인지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연어 및 등푸른 생선
노르웨이 연어회. ⓒ마켓컬리
연어, 참치, 송어, 고등어, 정어리 등 지방이 풍부한 생선은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이자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연어는 수은 함량이 비교적 낮고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치매 위험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과 전문의 캐롤린 프레드릭스는 건강 매체 Parade를 통해 “오메가-3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특정 보충제만 섭취한다고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메가-3가 포함된 식품을 전체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달걀
출하 준비 중인 달걀. ⓒ연합뉴스
달걀은 필수 아미노산을 고루 갖춘 대표적인 완전식품으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2025년 미국 터프츠대학교 프리드먼 영양과학정책대학원 연구진이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당 1개 이상의 달걀을 섭취한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최대 4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걀에는 콜린, 오메가-3 지방산, 루테인 등 뇌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돼 있으며, 특히 콜린은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의 약 39%를 설명하는 핵심 영양소로 분석됐다.
3. 호두
호두. ⓒ연합뉴스
호두 역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세포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이다.
2024년 7월 국제학술지 Alzheimer's and Dementia: Diagnosis, Assessment & Disease Monitoring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호두 등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뇌의 포도당 활용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 에너지 대사가 원활해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연구 책임자인 알레이스 살라 빌라 박사는 “호두와 같은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이 질병 발현 이전 단계에서 뇌의 회복력과 저항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