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관세 정책과 이란 핵협상을 두고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여론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맞서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올해 11월 있을 미국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23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의 의뢰를 받아 이번 달 12일~17일 미국 성인 2589명(등록유권자 2087명 포함)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0%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반대 여론이 60%에 달한 것은 집권 1기 당시인 2021년 1월6일 ‘미국 의사당 난입사태’ 뒤 처음이다. ‘미국 의사당 난입사태’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수천 명이 미국 의사당을 점거한 폭동 사건을 일컫는다.
이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전례 없던 의회 점거 사태로 꼽히는데, 이번 여론조사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그 때에 버금갈 만큼 악화돼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더구나 입소스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에 달한 대목은 더욱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를 무기화 했지만, 미국 내 물가를 올리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부담을 지는 기업들이 관세비용의 약 3분의 1을 가격인상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시 나이 캐나다 왕립은행 글로벌 자산운용 수석연구원은 “2026년에도 관세 전가가 이어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보다 높게 유지시킬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구나 미국의 비영리 세제정책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올해 1월 말 기준 관세율에 비춰볼 때 미국 가구당 2025년에는 평균 1천 달러, 2026년에는 1300달러의 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최근 위법으로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대체관세를 기존 10%에서 15%로 오히려 상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으로 물가 상승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에서 군사공격 옵션을 들고 있는 것도 경제와 맞물려 있어 미국 유권자들의 부정적 시선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내놓은 분석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 옵션을 4단계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유전이나 정제시설을 직접 타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이란 주변해역인 호르무즈 해협으로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석유가 운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4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에 따른 수치다. 호르무즈 주변해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이란이 이 지역을 완전 봉쇄하게 돼 글로벌 석유공급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CNN은 이란 공격카드가 실현될 경우 가뜩이나 관세로 물가상승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CNN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는 국제유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자랑해온 유가 하락세를 되돌릴 위험이 있고, 연쇄적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거세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정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