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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회장이 이끄는 HLB그룹은 제약·바이오를 주축으로 하는 상장회사 10개를 비롯해 60개 가까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계열사들의 지분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수많은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그물망처럼 얽혀 있다.

진양곤 HLB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진양곤 HLB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HLB는 중간지주회사격인 HLB생명과학을 통해 HLB셀, HLB제약, HLB이노베이션, HLB제넥스, HLB펩 등을 거느리고 있는데, HLB생명과학과 HLB셀은 HLB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HLB와 HLB생명과학은 상호출자관계, HLB와 HLB셀은 순환출자관계로 볼 수 있다. 

다른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예컨대 HLB이노베이션의 지분구조를 보면 HLB를 비롯해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HLB바이오스텝, HLB제약, HLB인베스트먼트 등 6개 계열사가 주주명단에 올라 있다. HLB제넥스 역시 HLB생명과학 등 6개 계열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상호출자·순환출자 구조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해 온 HLB그룹의 역사를 반영한다. 모기업인 HLB 자체가 2008년 진양곤 회장이 인수한 회사(당시 이노GDN)다. 이후에도 진 회장은 신규 회사 인수 과정에서 계열사 다수를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썼다. 

HLB테라퓨틱스(옛 지트리비앤티), HLB제약(옛 메디포럼제약), HLB바이오스텝(옛 노터스), HLB이노베이션(옛 PSMC), HLB파나진(옛 파나진), HLB제넥스(옛 제노포커스), 미국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이뮤노믹테라퓨틱스, 엘레바테라퓨틱스 등이 인수합병을 통해 편입된 계열사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복잡한 지분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진 회장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진 회장의 HLB 지분율은 7.13%, 진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9.40%에 그친다.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진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배구조가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다른 계열사로 이전돼 그룹 전체가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HLB그룹은 신약개발 성과가 이어지지 않은 데 따른 수익성 부진과 나빠진 재무건전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HLB의 경우 신약개발 지연과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원인이 되면서 2014년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연간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내지 못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HLB의 누적 영업손실은 6117억 원에 이른다. 2025년에도 3분기 누적 748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진 회장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알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한 HLB와 HLB생명과학의 합병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이 합병은 합병에 반대하는 HLB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당초 상한선으로 설정한 4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최종 무산됐다. 

HLB생명과학은 다른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중간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 그룹 지배구조를 상당부분 단순화할 수 있었다. 아울러 HLB와 HLB생명과학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판권과 수익권을 통합하는 효과도 기대했었다. 

진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HLB와 HLB사이언스 합병도 추진했다. 이 합병은 2025년 12월31일자로 완료됐다. 

앞으로도 진 회장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계열사 간 소규모합병 등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진 회장이 부실 계열사나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는 등 그룹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양곤 회장은 1966년생으로,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은행과 평화은행에서 일하다가 1998년 컨설팅회사 제이앤리파트너스를 세워 경영했다. 

2004년 투자회사 골든라이트를 세워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들었고, 2008년 HLB를 인수하면서 바이오사업을 시작했다. 

2025년 12월 HLB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있다.

현재 진 회장은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과 담관암 2차 치료제인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회사가 재도약할 기회로 보고 있다. HLB는 지난 1월 이 두 신약의 품목허가를 FDA에 신청했다. 

리보세라닙의 경우 ‘삼수’ 도전이다.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허가를 신청했지만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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