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승조원을 태울 수 있는 러시아 스토이키 초계함(2200톤 급)이 이란 해역에 도착하면서 이란 해역 전역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을 향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해상 연합 군사훈련에 나선 것이다. 스토이키 초계함은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이나 항공모함 전단과 단독 교전능력은 없지만, 다목적 타격 플랫폼으로서 '작지만 날카로운 칼'에 비유되는 함정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허프포스트코리아
19일 미국 군사전문 매체 TWZ에 따르면 군사전문가들은 비록 소수지만 러시아 함정이 이란 해역에 배치됨에 따라 미국의 이란 타격작전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비영리 안보정책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톰 슈가트 전 잠수함 장교는 "러시아 함정의 정밀 센서가 미국의 공격이 진행될 경우 이란에 사전 경고를 줄 수 있어 존재감은 남다르다"며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와 교전을 피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연합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이란 해역에 러시아 함정을 보냈지만,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 앞에 러시아라는 후원자가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앞서 이란은 미국과 17일 오만의 중재로 핵협상을 진행했지만 약 4시간 만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종료됐다. 협상 당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수시간 봉쇄하고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면서 군사적 시위를 벌였다.
이는 미국과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나아가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면 군사비용을 크게 들이도록 만들겠다는 경고를 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군사행보에 맞서 이란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게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 반환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로 "이란을 공격할 때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고스 제도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사이 인도양에 있는 6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영국이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가 독립하기 전에 차고스 제도를 분리하면서 영국령으로 지난해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게 이양하되 그 안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섬의 군사기지를 최소 99년 동안 통제하는 협정을 맺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이란이 핵합의에 이르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의 영국 공군기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이처럼 군사충돌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둘 사이의 핵협상이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으로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핵능력이 필요한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 내 핵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전략적 필요성이 크다.
실제 이란의 핵능력은 빠른 속도로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에서 20% 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60% 농축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한 달에 34kg 이상의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제방송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60% 농축 우라늄은 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24년 12월 바레인에서 열린 만마 대화 안보회의에서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생산능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에 한 달의 협상 시한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3월 초 또는 중순이 핵협상의 실질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의 핵능력 완성이 임박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간을 많이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