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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의 매각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의 보유 지분까지 한번에 매각하기 어려우니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만 단독으로 매각한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HMM의 실적이 해운업황 둔화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HMM은 2024년보다 무려 58.4% 감소한 영업이익을 냈다. 안그래도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HMM이 매물로서의 매력도도 떨어지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박상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의 매각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박상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의 매각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반대로 오히려 해운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지금이 매각의 적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운업이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만큼, 불황이 오히려 매각가 현실화 측면에서 조기 매각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식지 않는 매각 의지, '통매각' 대신 '단독매각' 카드 만지작

최근 산업은행은 HMM의 신속한 매각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산은 지분 35.4%(3억3400만주)만 단독 매각하는 방안도 HMM 매각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존에 고수해 온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의 '통매각' 원칙에서 한 발 물러나, 유연한 매각 구조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회장의 매각 의지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26년 업무현황’ 자료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산업은행은 해당 자료를 통해 “HMM의 경영 정상화로 구조조정의 목적이 달성됐다”며 “HMM 주식 보유에 따르는 산은의 재무 부담 등으로 신속한 매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은 그동안 산은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내리는 '재무 족쇄'로 지목되어 왔다.

물론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HMM 지분 가치가 산은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더라도 한시적으로 그 초과액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이 조치의 유효기간이 2028년 6월 말까지로 한정된 만큼, 박 회장 입장에서는 그 전에 매듭을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반토막' 난 HMM 실적, 해운업황 둔화가 매각 발목 잡나

문제는 HMM의 최근 성적표다.

HMM은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8914억 원, 영업이익 1조4612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무려 58.4%나 급감했다.

이익 규모가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는 해운업황의 둔화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4년 평균 2506포인트에서 2025년 1581포인트로 37% 가까이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져 온 이례적인 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HMM의 몸값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산업은행은 2023년부터 2024년에 걸쳐 HMM의 조기 매각을 시도했으나, 당시 지나치게 높은 몸값과 영구채 전환 이슈 등으로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업황이 꺾인 현시점에서의 재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가치는 약 7조1337억 원, 해진공 보유 지분 가치는 7조640억 원에 이른다. 두 기관의 지분을 합치면 14조 원이 넘는다.

산업은행 지분만 따로 떼어내 매각한다고 해도 7조 원 수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1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원매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표다.

◆ 몸집 줄어든 지금이 적기? 배임 논란 넘을 명분은 충분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둔화와 업황 악화가 오히려 매각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적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국면이 오히려 원매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HMM의 기초 체력이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업황 악화로 적자 전환의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HMM은 13.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부실 덩어리였던 '현대상선' 시절과는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컨테이너 사업부문, 일본의 유일 국적 컨테이너선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등은 2025년 4분기에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HMM은 2024년 4분기보다 68%나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이익 3173억 원을 내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빼놓고 본다면 HMM은 여전히 매력적 매물임이 확실하다"며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확고하고 업황 둔화로 몸값 조정의 여지가 생긴다면 원매자들과의 협상 테이블이 의외로 빠르게 차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물론 헐값 매각에 따른 '배임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제값보다 싸게 팔 경우 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매각가가 현실적으로 조정되더라도 배임 성립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 또는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이미 회수한 공적자금, 그리고 현실화 하더라도 여전히 매우 높은 HMM의 매각 가격 등을 고려하면 손해의 인식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이미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투입한 공적자금(약 4조2천억 원) 중 3조 원 정도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거하고 지분가치만으로 매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투입된 공적자금의 두 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매각 타이밍을 놓쳐 업황이 더 악화되고 기업 가치가 폭락하게 두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동원그룹과 포스코홀딩스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인수 검토 축소 기류를 보이는 등 변수는 여전하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HMM이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글로벌 해운업계 탑티어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매력적 매물인 것은 확실하다”라며 “HMM 매각을 위한 공고가 나기 전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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