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제)'을 시행할 채비를 갖추는 동안 벌써부터 서울 강남 학부모들이 '의대 진학을 위한 지방 유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사제로 의대에 진학하려면 중학교부터 해당 지역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이에 비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원대한 입시전략'을 세우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27학년도 입시부터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제)'가 시행된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사가 되면 10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입시 전문 학원의 모습. ⓒ 연합뉴스
30일 학원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027학년도 입시부터 시행될 '지역의사제'로 대학의 지역의사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비수도권 이주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오는 2월 24일부터 시행된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심화를 해소하고 진료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 아래 의대 신입생 일부를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아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2026학년도 이전에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고등학교만 지역에서 졸업해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런 제도 변화에 사교육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종로학원은 지난 29일 지역의사제 지정지역 일반고 현황 분석을 통해 지정대상 고등학교는 전국 1112곳이며 그 가운데 118곳이 인천·경기(경인) 지역이라고 밝혔다.
종로학원은 지난 21~25일에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60.3%에 달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지역의사제로 '해당 의대에 진학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27일 전했다.
특히 경인권의 경우 성균관대 의대 등 소위 '빅5'에 속하는 의대는 물론 가천대·인하대·아주대·차의과학대 의대 등 상위권 의대가 포함되는 점이 주목된다. 게다가 해당 의대를 졸업하면 강화·양평 등 서울에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의료취약지에서 복무하게 된다.
서울 강남권 학원가는 어떤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지 상담을 받으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강남구 대치동 입시전문학원의 지역의사제 입시 설명회에도 수많은 학부모들이 몰렸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역의사제 전형을 노리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테면 남양주나 구리처럼 30분~1시간 이내에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 갈 수 있는 신도시의 지역의사제 적용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문직이라 평가받는 의사가 되려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역의사제로 의사가 되면 10년 동안 의료취약지에서 복무해야 하지만 의무복무를 마치면 서울로 올라와 개업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의사제가 의대 입시 과열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두고 정부는 지역의사제는 '의사가 쉽게 되는 통로'가 아니라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사제는 단순히 의대 진학이 쉬워지는 수단으로 볼 제도는 아니다"며 "학생의 인생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를 들어 구리·남양주 등 중진료권에서 의대를 나왔다면 최소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해야 하고, 전공의 수련을 다른 지역에서 하게 될 경우 의무복무 기간이 4~5년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군 복무까지 포함해서 30대 중반에서 40대까지는 그 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입시 전략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