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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이 갈등이 서로를 공개 저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압박을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청사 리모델링과 관련된 허위 진술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기려 하고 있다. 드디어 미국 경제학자들마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현지시각으로 13일 CNN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곧 물러나길 바란다”며 “그는 지나치게 금리를 높게 두고 있는 나쁜 연준 의장이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연준의 본청 보수공사와 관련해 “나라면 2500만 달러로 보수공사를 끝마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현재 연준의 본청 보수공사 비용과 관련해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준 본청의 보수공사와 관련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의장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기준금리 인하를 요청했음에도 파월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형사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경제학계는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앨런 그리스펀 등 전직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그레고리 맨큐 등 전직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포함한 관료 출신 경제학자 13명은 공동 성명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는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방검찰의 파월 수사는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통화정책이 결정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경제기능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의회가 연준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성과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장들도 공동성명에 나서면서 파월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유럽·영국·캐나다·호주·스위스·브라질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장 10명은 공동성명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금융·경제 안정의 초석이다”며 "파월 의장과 연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명 경제학자와 주요국 중앙은행장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에 나선 배경에는 연준의 독립성 훼손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파월 의장에 대한 미국 연방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달러 약세와 금가격 상승 등 부정적 흐름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뉴욕타임스는 스테판 잉베스 전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압박은 글로벌 경제에도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짚었다.

잉베스 전 총재는 "미국 달러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일종의 글로벌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며 "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파월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장악 시도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인플레이션을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 닉슨 전 대통령 체제에서 백악관 고문이었던 아서 번스를 연준 의장으로 임명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종용했다. 연준이 결국 그 뜻에 맞춰 저금리 정책을 펼치던 상황에서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상승을 겪었다. 

아타칸 바키스탄 독일 베렌버그은행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과 나눈 인터뷰에서 "연준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한다면 1970년대 최악의 사태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에 종료되지만,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초까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갈등이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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