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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의 인수합병(M&A) DNA를 살려 기존 에너지와 산업기계에 더해 반도체를 3대 핵심 사업 축으로 삼기 위한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두산그룹은 에너지 부문의 두산에너빌리티, 산업기계 부문의 두산밥캣과 옛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주력 사업 대부분을 M&A를 통해 확보해 왔다. 특히 2007년 두산밥캣 인수금액은 49억 달러, 당시 4조5천억 원 규모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 가운데 2번째로 큰 ‘빅딜’이었다.

박정원 반도체에서 두산그룹 미래 먹거리 찾는다, SK실트론 인수 '신의 한 수' 될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의 눈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SK실트론으로 향해 있다.

박 회장은 2022년 두산테스나를 인수할 당시부터 반도체 분야를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연간 매출 2조 원이 넘는 SK실트론 인수는 박 회장의 청사진 실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 반도체 현재는? 두산테스나는 아쉽지만 전자BG에서 성장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다.” 박 회장이 2022년 6월 두산테스나(옛 테스나) 인수 뒤 서안성 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사업을 향한 기대감을 담아 한 말이다.

두산그룹의 두산테스나 인수는 시기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그룹은 2022년 2월28일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하고 열흘 만인 3월8일 두산테스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렸다.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4월27일 인수를 마무리 짓고 두산테스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다만 두산테스나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이미지센서(CIS) 테스트 수요 감소에 영향을 받은 탓으로 분석된다.

두산테스나의 연간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2777억 원에서 2024년 3731억 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천억 대 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은 2022년 672억 원에서 매년 감소하며 지난해에는 수억 원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두산은 자체 사업부문인 전자BG에서 기판용 소재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두산은 전자BG에서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한다. CCL은 반도체에 필수인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두산의 전자BG 사업부문 실적을 보면 2024년 매출 1조63억 원, 영업이익 1226억 원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33.9% 늘고 영업이익은 3.5배 이상 뛴 수치다. 지난해 연간 추정치도 매출 1조8576억 원, 영업이익 5162억 원으로 급성장을 이어갔는데 두산은 AI 시대 반도체 성능을 결정짓는 고성능 CCL 기술력이 전자BG 성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두산 3대 핵심 사업 축 구축의 마지막 퍼즐, 박정원의 결단

두산은 지난해 12월 SK실트론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SK실트론 최대주주인 SK와 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다.

SK실트론 지분 100%의 가치는 4~5조 원가량으로 평가된다. 최소 3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거래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시선이 많다. 최근 두산은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1170만 주를 처분하면서 9477억 원을 확보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SK실트론 인수를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AI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산업 흐름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신규사업 확장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SK실트론이 지닌 경쟁력을 보면 반도체를 새로운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SK실트론이라는 매물은 박 회장의 계획에 알맞은 조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 및 증권업계 추정을 종합하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SK실트론의 고객사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7.7%, SK하이닉스는 26.5%로 두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SK실트론은 실리콘(Si) 및 탄화규소(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최근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수익성이 우수한 SiC 웨이퍼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SiC 웨이퍼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강태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황 고점 이후 둔화 국면에서도 SK실트론은 연간 6천억 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유지해왔다”며 “SiC 웨이퍼의 높은 평균판매가격(ASP)과 우수한 마진 구조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채권단 체제 매각 아픔, M&A로 극복한다

박 회장과 두산그룹에게 SK실트론 인수 추진은 과거 어쩔 수 없이 출혈을 경험했던 아쉬움을 재차 M&A로 회복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그룹은 2022년 초 채권단 체제를 졸업했다. 23개월 만에 성공한 ‘조기졸업’으로 역대 재계 구조조정 가운데 긍정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은 핵심 건설기계 계열사였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당시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각광받던 두산솔루스는 물론 두산건설, 두산타워, 클럽모우CC 등 주요 계열사 및 자산을 처분해야만 했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 직전인 2020년을 보면 당시 자회사 두산밥캣을 제외하고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3천억 원, 영업이익 3200억 원가량에 이르렀다. 또 동박 기업인 두산솔루스는 당시 전기자동차 시장 개화와 함께 시장에서 주목받는 배터리 소재 기업이었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M&A를 통해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전략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존 자원만으로 성장이 어렵다면 외부에서 기회를 찾는 것을 포함해 빠르게 보완책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검토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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